"번트 안타는 처음이었다".
18일 대전 한화-LG전. 1회초 경기 시작과 함께 LG 1번타자 유격수 오지환(23)이 한화 선발 김혁민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2구째 공에 기습적으로 번트를 댔다. 투수도 아니고 1루수도 아니었다. 2루수 쪽으로 절묘하게 굴린 번트. 한화 2루수 한상훈이 전혀 예상치 못한 타구에 급하게 뛰어들어 맨손 캐치하려 했으나 공을 놓쳤고, 오지환은 1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이어 오지환은 이병규 타석 때 초구에 2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상대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내달렸다. 4번타자 정성훈의 우중간 2루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 LG의 승리를 이끈 결승득점이 바로 오지환에게서 나왔다.

경기 후 오지환은 "기습 번트 안타는 처음이었다"며 "1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번트를 잘 대면 1루에서 크로스 타이밍이 될 것 같았다.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였고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강한 풀스윙을 구사하는 오지환의 기습 번트에 이은 내야 안타는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공격 방법이었다.
오지환은 후반기 시작부터 1번타자 중책을 맡고 있다. 지난 5년간 1번타자로 활약한 이대형이 깊은 슬럼프에 빠지자 김기태 감독이 새로운 공격첨병으로 오지환을 낙점한 것이다. 후반기 21경기에서 오지환은 84타수 23안타 타율 2할7푼4리 3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이다. 볼넷 10개와 몸에 맞는 볼 하나로 출루율은 3할4푼7리. 도루도 5개를 성공시키며 적극적으로 달리고 있다.
이날 기습 번트는 오지환이 1번타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1번타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출루하려한다. 볼도 더 많이 보고 집중하게 된다"고 달라진 변화상을 설명했다. 전반기 297타석에서 삼진 76개로 3.9타석당 하나꼴로 물러난 오지환은 후반기 98타석에서 삼진 20개로 4.9타석에 하나꼴로 삼진이 줄었다. 그만큼 1번 타순에 맞게 변화한 것이다.
덩달아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78경기에서 실책 17개로 4.6경기당 하나꼴로 실책을 범한 그는 후반기 21경기에서는 실책이 3개로 7경기당 하나꼴로 눈에 띄게 수비가 안정됐다. 1번타자 중책을 맡으면서도 수비까지 안정돼 공수겸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는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다"며 젊음의 패기를 자랑했다. 역할이 커질수록 책임감과 패기도 커진다.
그는 이날 7회 2사 1·2루에서 2루수 쪽 깊은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하며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살았다. 근성과 투지의 장면. 경기 후 흙투성이로 더러워진 유니폼과 먼지 속에 흘러내리는 땀닦기에 바쁜 오지환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만족을 몰라했다. 바로 이런 선수가 있어 LG의 미래는 밝고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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