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라고 생각했는데 무대 마치고 70% 확신이 들더라고요, 우승 할 수도 있겠다.”(성민)
18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3’ 최종 라운드에서 까푸치노가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까푸치노(박규선, 성민, 박충수)는 양세진(이용진, 양세형, 양세찬), 옹달(유상무, 장동민)과 챔피언스 리그 최종 우승 자리를 놓고 숨 막히는 경쟁을 벌였다. 세 팀의 누적 점수차는 각각 1점. 마지막 라운드의 순위로 우승자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행운의 여신은 까푸치노의 손을 잡아 주었다. 행운이라기엔 그동안의 고생이 매우 컸다. 세 남자는 우승팀 호명과 함께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까푸치노를 만난 건 지난 14일 ‘코미디 빅리그3’ 마지막 녹화가 진행된 날이었다. 녹화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까푸치노 세 사람의 얼굴에는 우승의 감격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짜 안 우는데 녹화 끝나고 성민이 형이 울었어요. 저도 사실 코너 끝나고 울컥거려서 ‘울지 말아야지’ 했거든요. 같이 고생했고 비슷하게 힘들었으니까 감정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이제 됐다는 감정과 정말 후회 없이 했다는 의미의 눈물이 흐른 거죠.”(박규선)
“순위 발표 전에도 긴장해서 헛구역질을 했어요. 녹화 전날 잠도 못 자고요. 1등을 발표하는데 진짜 눈물이 그냥 나더라고요.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박충수)
박규선은 지난 시즌에서 이용진, 양세형과 함께 라이또라는 팀으로 한 차례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우승의 의미는 남달랐다. 까푸치노는 힘든 시기를 함께 했던 성민과의 재회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제가 정말 힘들고 라면 사먹을 돈도 없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 때 손 내밀어 줬던 사람이 성민 형이었어요. 제가 시즌2에서 먼저 잘되면서 형한테 ‘잘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내 줄 잡고 있어라’고 감히 말했어요. 형이 장난으로 썩은 동아줄 아니냐고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썩은 동아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행이죠.(웃음)”(박규선)

우승 소감을 전하는 박충수에게 박규선과 성민은 “따지남이 왜 여기있어”라고 짓궂은 농담을 건넸다. 사실 까푸치노는 성민과 박규선, 두 사람으로 구성됐던 팀이었으나 챔피언스리그를 맞아 3인으로 개편됐다. 우여곡절 많은 이 팀에 박충수라는 또 다른 사연이 첨가된 것이다.
“규선이하고 성민이한테 정말 고마워요. 애들이 그러더라고요. 까푸치노 프로필 사진에는 제가 없지만 ‘형은 우리 팀이다. 우리 팀으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요. 따지남(윤진영, 조우용, 김필수, 박충수)이 이번 시즌에서 들어가자마자 밀가루를 맞았죠. 집에 가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 먹었어요. 그 때 규선이한테 전화가 왔죠. 코너 같이 해보자고요. ‘코미디 빅리그’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정말 기뻤어요. 제 개그 인생에 이런 날은 없을 줄 알았는데.(웃음)”(박충수)
까푸치노는 자신들의 우승 비결을 ‘냉정하고 까다로운 자체검열’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세 사람의 성향이 확연히 다르게 드러난다. 성민은 긍정적인 스타일, “좋은데?”라며 팀원들의 기운을 북돋는다. 박충수는 한 번 더 생각하는 편으로 “하나 더 없나?”를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박규선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내고 사람들이 웃어줬는데도 “괜찮을까”라며 고민을 반복하는 캐릭터다.
“김석현 감독님한테 아이디어 검사받을 때보다 멤버들끼리 회의할 때 훨씬 냉정해요. 자체 검열이 심해서 냉정하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저희가 다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회의가 끝나거든요 그래서 회의 시간도 긴 편이에요. 어느 정도냐면 화요일에 녹화 끝나고 다음날 오전 7~8시까지 회의를 해요. 에너지 드링크 10개에 커피 5개를 사가지고요. 그걸 다 마시고도 계속 회의 중인 날이 많지만요.”(성민)

까푸치노는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우승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바로 팬들과 함께 하는 삼겹살 파티. 그 많은 인원이 들어갈 공간이 있을까? 현실화 가능성에 의문이 들었다. 세 사람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약속은 꼭 지킨다”고 확신했다.
“우승하면 우리 응원해 준 미투밴드한테 삼겹살 파티하겠다고 약속했었어요. 인원이 많을 수도 있고 반대로 적게 올 수도 있는데 저희끼리 얘기한 건 몇 명이 됐든 약속은 지키자는 거예요.”(성민)
‘코미디 빅리그’는 전통적으로 우승팀에게 동료 개그맨들이 샴페인을 몸에 끼얹으며 축하한다. 끈적거리고 냄새가 가시질 않는 샴페인 세례지만 우승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코미디 빅리그’ 출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당해보고 싶은 의식이 됐다. 샴페인으로 젖은 옷을 내려다 보며 까푸치노는 다시 한 번 감격에 젖었다.
“멤버들 각자가 가진 장기를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무엇을 하든 ‘코미디 빅리그’가 최우선이에요. 개그가 좋고 코미디가 좋으니까요.”(박규선, 성민, 박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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