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컵대회 MVP는 (고)준용이 주려고 한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8.19 16: 50

"컵대회 MVP는 (고)준용이한테 몰아주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선배 박철우(27)의 농담 섞인 진담에 후배 고준용(23)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 수원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서 세트스코어 3-1(25-14 16-25 25-20 25-20)로 러시앤캐시 드림식스를 꺾고 승리를 거뒀다. 컵대회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화재는 이날 경기 승리로 준결승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박철우였다. 박철우는 홀로 36점(서브 에이스 3개 포함)을 맹폭하며 부실한 러시앤캐시의 코트를 초토화시켰다. 차세대 주포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고준용 역시 박철우와 함께 18득점을 때려내며 든든한 '토종 쌍포'의 힘을 보였다.
경기 후 사이좋게 인터뷰실을 찾은 박철우와 고준용은 "지난 시즌까지 러시앤캐시에 몇 번이나 졌기 때문에 상대팀의 상황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며 "비록 상대가 전력 누수도 있었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세트 초반 잘 이루어졌던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컵대회를 앞두고 허리가 좋지 않았던 박철우는 이날 펄펄 날며 홀로 36득점을 해낸 데 대해 "경기 이틀 전부터 많이 안 좋아서 병원가서 치료를 받았다"며 "딱히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기보다 준용이가 옆에서 때려주고 어려운 공이 올라오면 나눠 때릴 수 있으니까 그전과 다르게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준용 역시 차세대 주포로서 팀에서 주역 역할을 맡게 된 점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감독님께서 주눅들어 있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하신다"며 "뒤에 (여)오현이 형, (석)진욱이 형이 다 받아주고 옆에서 철우 형이 함께 해주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답해 팀웍을 과시했다.
삼성화재는 컵대회에서 유난히 부진했던 기억이 있다. 7회째를 맞는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단 한 번(2009년)에 불과할 정도. 이에 박철우는 "감독님이 원래 그런 소리를 잘 하시는 분이 아닌데 컵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니 우승 꼭 하자고 하시더라"고 털어놨다.
컵대회 우승에 대한 집념은 선수들이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선수들도 코보컵 우승을 바라보고 힘든 훈련도 이겨냈다"고 전한 박철우는 후배 고준용을 바라보며 "MVP는 준용이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이미 준용이한테는 이야기했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고준용은 짓궂은 박철우의 발언을 순순히 인정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한 만큼 자신있게 하겠다"며 "컵대회 우승, 무조건 욕심 난다"고 우승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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