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터널’ 뚫은 에이스 배영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9 20: 22

한때 국내 프로야구 3대 우완으로 꼽혔던 투수. 한국시리즈 10이닝 노히트.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통해 팬들의 애정이 물씬 담긴 ‘배열사’라는 별명까지 얻은 에이스. 그러나 팔꿈치 수술과 재활 후 더딘 회복세와 슬럼프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그가 비로소 확실한 에이스로 돌아왔다. 7년 만의 한 시즌 10승을 눈앞에 둔 배영수(31, 삼성 라이온즈)는 아픔 속에 꽃을 피웠다.
배영수는 1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5패)째를 따냈다. 이 승리로 배영수는 지난 2005년 11승 이후 7년 만의 한 시즌 10승을 눈앞에 뒀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배영수의 부활인 만큼 팬들에게 주는 감격은 더욱 크다. 2000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1차지명 입단한 배영수는 2001시즌 13승을 따내며 삼성 마운드의 현재이자 미래로 우뚝 서기 시작했다. 2003년에도 13승을 거두며 활약한 배영수의 커리어하이 시즌은 바로 2004년이었다.

그해 배영수는 두 번의 완봉승 포함 17승 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며 손민한(전 롯데), 박명환(LG)와 함께 국내 3대 우완으로 꼽혔다. 150km을 손쉽게 넘기는 빠른 직구는 물론 예리한 변화구, 자로 잰 듯한 제구력까지. 투수로서 모든 것을 갖춘 투수였다.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타선 지원 없이 10이닝 노히트 쾌투를 펼치는 등 배영수는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던 바 있다.
그러나 계속된 활약으로 인해 팔꿈치에 과부하가 왔고 결국 배영수는 2006시즌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당시 집도의가 “인대가 너덜너덜해진 상태”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7년을 통째로 쉬고 2008년부터 돌아온 배영수였으나 역동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꿰뚫던 공들은 없었다.
2008년 9승 8패 평균자책점 4.55에 2009시즌에는 단 1승에 무려 12패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7.62까지 치솟았다. 엄청난 위력의 에이스가 졸지에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는 듯 했던 안타까운 순간이다. 다행히 배영수는 2010시즌부터 구위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 2시즌 동안 각각 6승 만을 얻었다. 2000년대 초중반 최고급 에이스로 꼽혔던 배영수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은 다르다. 배영수는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지키며 장원삼(14승)-미치 탈보트(12승) 등과 함께 당당한 주축 투수로서 활약 중이다. 3~4년 전 140km을 넘기기도 힘들었던 직구 구속을 140km대 후반으로 회복한 배영수다. 지금 배영수는 가장 좋았던 시절에 버금가는 위력으로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값진 승리를 따내며 7년 만의 한 시즌 10승은 물론 개인 통산 100승에도 1승 만을 남겨둔 배영수. 눈물과 울분으로 점철되었던 긴 터널을 비로소 뚫은 배영수는 누가 뭐래도 ‘당연히’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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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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