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싹쓸이로 호되게 당할 줄 알고 있었을까.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상대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고 모르고 있었다면 선두팀을 얕잡아 본 데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선두 자리 뒤집기의 꿈을 꾸고 삼성 홈 3연전을 준비했던 두산 베어스는 투타 엇박자와 빈타 속 졸지에 4위로 떨어졌다.
두산은 17~19일 잠실 삼성 안방 3연전에서 각각 0-2, 1-3, 3-11로 모두 패했다. 3연전에 돌입하기 전 시즌 전적 53승 1무 44패로 선두 삼성에 2경기 반 차 2위였던 두산은 53승 1무 47패(19일 현재)를 기록하며 2위에서 롯데, SK에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뚝 떨어졌다. 아직 두산의 삼성 상대 시즌 전적은 11승 7패로 우세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안 좋은 모습은 모두 나왔다. 17일 선발로 나선 김선우는 7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경기를 만들어갔으나 타선은 무득점으로 묶이며 경기 종료 후 환호성을 바라보기만 했다. 18일 더스틴 니퍼트는 6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요건을 갖췄으나 사사구를 7개나 내줬다. 그 이틀 동안 타선은 2아웃이 되어서야 안타를 때려내거나 주자가 출루하는 등 연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19일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전날까지 삼성전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33으로 단 한 점 만을 내줬던 이용찬은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12개의 안타와 두 개의 홈런포로 7점을 허용했다. ‘직구 아니면 포크볼’로 공략 노선을 노리고 들어갔던 삼성 타자들에게 배터리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타선은 상대 선발 배영수에게 끌려가며 3연전 총 4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19일 3득점 중 2점은 상대 수비 실책에 편승한 득점이었다.
3연전 전부터 삼성이 “두산은 이번에 반드시 잡는다”라며 벼르고 있던 반면 두산은 큰 변화 없이 상대를 맞이하다 결국 탈이 났다. 올 시즌 삼성에 각각 4승 무패를 기록 중이던 니퍼트와 이용찬을 후위 배치하기는 했으나 모두 고배를 들이켰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18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해 19일 2안타 1타점으로 분전했으나 손시헌이 첫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미 승패가 기운 이후의 활약이었다.
니퍼트와 이용찬은 삼성 천적일 뿐만 아니라 올 시즌 팀의 원투펀치다. 그만큼 이들이 천적과의 대결에서 무너졌다는 점은 단순한 2패 이상이다. 타선은 오뉴월 안 좋았을 때의 모습을 답습하며 완패했다. 삼성 3연전 스윕은 19일 ‘무늬만 2위’이던 두산을 4위로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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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