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끝까지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2013 신인 드래프트가 20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다. 다음 시즌 1군 페넌트레이스에 합류하는 NC를 포함한 9개 구단은 숨은 진주를 잡기 위한 고도의 지명 전략을 준비했을 것이다. 드래프트는 1년 동안 축적된 각 팀 스카우트들의 땀이 얼마나 빛을 내는지 결정되는 최종 시험무대다. 드래프트를 통해 각 팀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올해 드래프트에선 천안북일고 윤형배가 최대어로 떠오른 가운데 대전고 조상우, 장충고 조지훈, 부산고 송주은과 이경재, 서울고 장현식과 신일고 이윤학 등의 고졸 강속구 투수들의 상위지명이 예상된다. 또한 영남대 이성민과 연세대 김병승, 성균관대 임정호, 인하대 윤강민 등 지난해에 이어 대졸출신 투수들도 주목받고 있고 북일고 내야수 강승호와 외야수 김인태 등의 야수자원도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에서 중요한 것은 상위지명만이 아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고 특출난 점이 보이지 않아도 차후 ‘가능성’을 생각하면 선수들의 미래는 쉽게 파악할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드래프트까지만 해도 팀 당 4, 5명만 지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팀들이 모든 라운드에 걸쳐 선수들을 뽑는다. 선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인 육성시스템으로 신예 선수들을 단련시킨다면 지명순위와는 무관한 결과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의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이하 지명된 선수들만 돌아보니 많은 선수들이 리그를 휘어잡고 있었다. 특히 2002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위픽 대어가 많았다. SK 불펜의 필수요소 좌완 박희수가 6라운드에서 SK에 지명됐었고 현재 군복무 중인 한화의 거포 김태완이 8라운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두를 질주 중인 삼성의 경우, 2002 드래프트 하위픽 대어만 3명에 달했는데 불펜 필승조 안지만이 5라운드, 지난 시즌 최고 타자 최형우가 6라운드, 그리고 선발 최다승을 기록 중인 장원삼이 막차인 10라운드에 현대에 부름을 받은 바 있다.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두산 역시 꾸준히 하위픽에서 물건을 건져내는 중이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우투수 김승회가 2003 드래프트 5라운드, 지난 시즌 도루왕 내야수 오재원은 9라운드에서 두산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서서히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내야수 최주환은 2006 드래프트 6라운드, 강민호를 이를 차세대 국가대표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8라운드 지명자였다. 외야수 정수빈은 2009 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 외야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중견수 전준우는 2004 드래프트 7라운드 출신이고 SK 외야수 임훈이 5라운드에서 뽑혔다. 지난 시즌부터 주전으로 발돋음한 유격수 김선빈은 2008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KIA가, 탄탄한 내야 수비를 잘아하는 최윤석도 2010 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SK가 지명했었다.
드래프트의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지명 당시에는 실패한 것 같아도 몇 년이 지나면 대성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반전의 중심에는 하위픽 선수들이 자리하곤 한다. 2013 드래프트 역시 마지막 라운드에서 막차를 타는 선수까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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