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화도 내야 한다".
한화 유격수 이대수(31)가 뜨거운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전반기 타율 2할5푼2리였던 그는 후반기 22경기에서 79타수 27안타 타율 3할4푼2리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후반기 타율만 놓고 보면 리그 전체 5위에 해당할 만큼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시즌 타율은 2할7푼7리로 유격수 중 강정호(넥센·0.314)와 김선빈(KIA·0.278)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독기와 오기의 결과였다. 시즌 초반 실책 남발로 2군에도 다녀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비에서 움츠러들다 보니 공격에서도 흔들렸다. 하지만 2군에 다녀온 뒤 심신을 추스리고 독기와 오기로 똘똘 뭉쳤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잊은 채 다시 출발했다. 매경기 절박하게 달라붙었고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팀은 살아나지 못했고, 거듭된 연패 속에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았다. 팀의 중간급 선수가 되는 이대수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말이 많은 편이 아닌 그는 "특별히 하는 말은 없다. 워낙 안 되다 보니까 주로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한다"며 "때로는 화도 내고 욕도 하자고 한다. 가끔 그런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보이는 앞에서 어느 누구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경기가 너무 풀리지 않는다고 기죽어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게 기분 전환도 되고, 팀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잘 나가는 팀들은 보면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이를 계기삼아 팀 전체가 파이팅을 낸다.
한화는 전체적으로 '순하고 착한' 선수들이 많다.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순하고 착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는데 이게 팀이 나락에 빠져있을 때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한 감독은 "쓴소리할 줄 아는 선배가 필요하다. 감독·코치가 말하는 것과 선배가 말하는 건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한화도 최근에는 자기표현을 해가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오선진·정범모는 삼진을 당하면 배트를 내려치거나 집어던지기도 했다. 시즌 초의 일이지만 류현진도 덕아웃 뒤편에서 쓰레기통을 걷어찼고, 김태균도 스스로 타격이 마음에 들지 않다 싶을 때에는 덕아웃 뒤에서 화를 표출했다. 순간적인 감정이지만 속으로 끙끙 앓는 것보다 시원하게 표출하는 게 낫다. 이대수가 한 이야기도 이와 같은 것이다.
최하위 한화는 7위 LG와 5경기차로 벌어져 탈꼴찌가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아직 32경기가 더 남아있고, 시즌 마지막까지 포기는 있을 수 없다. 이대수처럼 팀 전체가 시련을 딛고 일어서야 내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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