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부산고 송주은을 지명합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벌어진 '2013 신인선수 지명회의'에서 만족스러운 지명을 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롯데는 1라운드에서 부산고 출신 우완 송주은을 선택했으며 2라운드 강릉고 우완 박진형, 3라운드 제주국제대(탐라대) 좌완 송창현, 4라운드 외야수 조홍석, 5라운드 외야수 백민기, 6라운드 홍익대 우완 구승민, 7라운드 동의대 외야수 고도현, 8라운드 화순고 포수 이종하, 9라운드 동국대 내야수 임종혁, 10라운드 부산고 외야수 정준혁을 각각 지명했다.
숫자 분포로 따지면 롯데는 투수 4명, 포수 1명, 내야수 1명, 외야수 4명을 지명했다. 이번 롯데의 신인지명에서 주목할 점은 송주은 지명 성공, 외야수 4명 지명, 거포 외야수 지명 등을 꼽을 수 있다.

▲ "송주은, 앞에서 불려갈까 조마조마"
특히 롯데는 이번 신인선수 지명에서 송주은을 지명하는 데 성공한 것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송주은은 이미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40km대 중반의 공을 뿌리면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도 송주은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고, 고교 최대어인 천안북일고 윤형배와 함께 NC에서 우선지명권을 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성장세가 더뎌졌다는 평가와 함께 송주은에 대한 가치평가도 조금 내려갔지만 여전히 1라운드 상위순번에 지명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번 지명에서 6번째로 지명을 한 롯데로선 행운인 셈이다. 송주은은 188cm의 키와 93kg의 몸무게로 신체조건이 뛰어난 선수다. 간혹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무더기로 내 주는 경기가 있을 정도지만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롯데의 송주은 지명이 의미있는 건 부산고 출신의 지역 프랜차이즈 선수를 영입한 점이다. 2009년 드래프트를 끝으로 전면드래프트가 시행됐고 2010년 1라운드에서 경남고 출신 홍재영을 포함, 3명의 지역연고 선수를 지명했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후 롯데는 2011년과 2012년 지명에서 지역 외 선수 (김명성, 김원중)를 선택했다. 송주은은 롯데지명 후 "부산에서 나고 자라고 본 게 롯데 야구다. (지명순위가 밀려) 롯데 지명을 받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롯데구단 관계자 역시 "송주은이 앞에서 불려갈까봐 조마조마했다"고 증언했다.
롯데로서도 당초 계획대로 송주은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우리 순번을 고려, 송주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차례까지 와서 곧바로 지명했다. 만족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차지명(1라운드)에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오수호-홍재영-김명성-김원중 모두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고 김명성은 두산에 새 둥지를 틀기까지 했다. 과연 송주은이 활약을 펼쳐 앞선 지명을 잊게 해 줄지도 관심사다.
▲ 외야수 4명 지명, 2군에 야수가 없다
롯데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2군 선수층이 얇다는 데 있다. 특히 야수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2군 선수들 가운데 몇몇 선수는 어쩔 수 없이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가 없으니 자리를 채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1군에 올라오는 야수의 면면도 항상 비슷하다. 외야수는 김문호와 황성용이, 내야수는 정훈과 손용석이 단골 멤버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1군 무대를 밟기조차 쉽지 않다.
2011년 드래프트서 투수 6명, 2012년 드래프트서 투수 5명을 각각 선택했던 롯데는 이번엔 투수를 4명만 골랐다. 대신 포수 1명, 내야수 1명, 외야수를 무려 4명이나 선택했다. 롯데가 외야수를 4명이나 지명한 것은 그만큼 현재 시급한 포지션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지명을 받은 외야수 4명 가운데 2명은 좌타자다. 최근 몇 년사이 롯데는 좌타자가 부족한 팀이 됐다. 주전선발 라인업을 꾸린다면 좌타자가 손아섭과 박종윤이 전부다. 그나마 이대호가 있던 지난해 보다는 사정이 나아진 것이다. 주전 라인업 뿐만 아니라 좌타 대타감도 부족한 게 롯데다. 1군 레귤러 멤버 가운데 좌타는 이승화, 김문호 정도다. 모두 대타로 내기엔 약간 아쉽다. 2군에서 타자로 전향한 김대우의 빠른 성장만을 다랄 뿐이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 팀장은 "이번에 특히 야수를 집중적으로 보강했다. 포수는 항상 필요한 포지션이라 한 명(화준고 이종하) 선택했고 아래 순번에서 그 정도 선수를 지명한 건 만족한다"면서 "특히 외야수 보강에 힘썼다. 좌타도 일부러 2명을 선발, 균형을 맞췄다. 또한 도루도 롯데에선 하는 선수만 한다. 그래서 주력을 갖춘 선수를 골랐다"고 밝혔다. 또한 "젊은 주전 선수들의 군입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야수를 주로 뽑은 건 이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 '거포 부재 절감' 롯데의 선택
이번 지명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7라운드에서 지명된 동의대 출신 외야수 고도현이다. 우투우타인 고도현은 키 185cm에 체중 93kg으로 야구선수로서 이상적인 체격에 가깝다. 같은 팀에서 비교를 하자만 전준우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대구고 시절부터 장타력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도현은 대학 4년간 주로 좌익수로 출전하며 타격 능력을 더욱 키웠다.
올 시즌 롯데는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뒤 장타력이 급감, 득점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거포의 부재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홈런 10개를 훌쩍 넘었던 전준우, 손아섭, 황재균도 올해는 두 자릿수 홈런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조 팀장은 고도현에 대해 "힘이 있는 타자다. 차세대 거포로 성장할 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는 타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는 올해 2군에서 홈런 9개를 기록 중인 김대우를 제외하고 시즌 홈런 5개를 넘는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올해 입단한 신인인 고려대 출신 김상호가 홈런 4개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거포 스타일 유망주 타자를 롯데가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인 선수들이 건강하게 첫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조 팀장은 "잘 뽑은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라면서 "특히 선수들이 아프면 안 된다. 안 아프고 오래오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올해 신인인 1라운드 김원중이 꾸준히 통증을 호소하고, 2라운드 출신 내야수 신본기가 경기 도중 시즌을 마감하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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