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위 싸움이다. 요동치던 순위가 정규시즌 100경기를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확히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선두싸움과 4강싸움은 오리무중으로 보였다. 당시 선수 삼성은 잇따라 덜미가 잡히며 2위 두산에 2게임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었다. 또한 당시 4위 SK와 5위 KIA의 게임차는 불과 0.5게임, 6위 넥센도 4위와 3게임 차이를 보여 혼전양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 주 이제 선두싸움과 4강싸움은 어느정도 안정권에 든 모양새다. 삼성은 천적 두산에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는데 성공, 두산을 4위까지 밀어내 버렸다. 2위 롯데와의 게임차는 5경기, 앞으로 32경기가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뒤집기 쉽지 않은 게임차다. 또한 SK가 5연승을 달리는 사이 KIA는 타선 붕괴로 6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4위 두산과 5위 KIA의 차이는 4게임이다.

올 시즌 전문가들은 4위 마지노선이 승패마진 +5 정도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 놓는다. 이에 따르면 KIA는 남은 37경기에서 22승 15패를 해야만 가능하다. 이는 승률 5할9푼5리로 쉽지는 않은 수치다. 또한 6위 넥센은 잔여 34경기에서 21승 13패, 승률 6할1푼8리가 필요하다. 참고로 1위 삼성의 올 시즌 승률이 5할8푼5리다. 반면 롯데-SK-두산은 5할 언저리 승부만 하면 4강 진출이 확정적이다. 결국 현재의 순위 판도가 시즌 끝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무승부 많은 2위 롯데, 유리한 상황
이제 남은 건 2위를 가리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두기 위해선 최소 2위를 기록,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체력을 아끼는 게 필요하다. 2000년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을 놓친 건 2001년 삼성이 두산에게 패한 것이 유일하다. 3위와 4위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봤을 때 2위 자리를 놓고 세 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2위 롯데와 3위 SK는 게임차 없이 승률로 순위가 가려진 상황이고 4위 두산은 이들에 0.5게임 뒤져 있다.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이들 세 팀은 나란히 101경기를 치른 상황, 이제 각자 32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정규시즌 일정의 75%가 지난 상황, 정규시즌 종료일인 10월 2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일단 수치상으로 가장 유리한 건 2위 롯데다. 두산에 게임차도 앞서 있지만 무엇보다 무승부가 많은 게 유리하다. 승률제인 현 제도에서 승률 5할이 넘는 팀은 무승부가 많은 게 계산에서 유리하다. 롯데는 무승부 4번, SK는 2번, 두산은 1번으로 같은 게임차를 기록한다고 해도 롯데가 순위에서 앞서게 된다.
▲ 선발 : 두산>롯데>SK
선발투수의 힘은 단연 두산이 앞선다. 두산 선발진의 시즌 퀄리티스타트는 59회로 전체 구단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막강한 더스틴 니퍼트에 이용찬-노경은 선발 영건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시즌 중반까지 구위저하로 애를 먹었던 베테랑 김선우도 회복세다. 롯데는 올 시즌 최고의 좌완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이 버틴다. 이용훈이 건재한 가운데 송승준이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라이언 사도스키의 활약 여부다. 팀 퀄리티스타트는 45회로 전체 6위에 그치고 있다. SK는 긴 이닝을 소화해주는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김광현-송은범 콤비는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부상복귀 이후 긴 이닝 소화가 힘들다. 여기에 최근 선발진에 합류한 채병용의 활약은 가뭄의 단비다. 팀 퀄리티스타트 38회로 7위에 그치고 있는 건 걱정이다.
9월 이후엔 잔여일정을 소화하게 되는데 이때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는 팀이 유리해진다. 이틀 경기한 뒤 쉬거나 하루만 경기를 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일정만 잘 맞는다면 원투펀치만 계속 내는 게 가능하다. 세 팀의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건 롯데 유먼이지만 선발투수 3명만 추린다면 두산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잔여경기 일정도 세 팀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불펜 : 롯데=SK>두산
올 시즌 롯데와 SK는 강력한 불펜을 자랑한다. 두 팀의 성격은 조금 다른데 롯데는 많은 투수들이 짧게 던지며 경기를 소화하는 이른바 '양떼야구'를 필치고 있고, SK는 믿음직한 두 좌완 박희수-정우람, 여기에 우완 엄정욱의 어깨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시즌 블론세이브는 롯데가 12번, SK가 11번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불펜 관리에 따라 성적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올 시즌 불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홍상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재우의 활약 여부도 중요하다.
두산 프록터와 롯데 김사율의 세이브왕 경쟁도 흥미롭다. 프록터는 29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삼성 오승환이 28세이브로 이 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 김사율은 지난주 가래톳 부상이 재발하며 한 주 쉬어갔다. 그러면서도 아직 26세이브로 3위를 지키고 있다. 김사율은 5세이브만 더하면 역대 롯데선수 가운데 최다세이브 기록 타이를 이루게 된다.
▲ 타격 : 두산>롯데>SK
롯데와 SK의 타격 컬러는 정 반대다. 롯데는 팀 타율 1위(.270)을 기록하고 있지만 장타 부재로 팀 득점은 6위(411점)에 그치고 있다. 팀 홈런 역시 6위(52개)다. 마치 1990년대까지 롯데의 팀 컬러였던 '소총부대'를 연상케 한다. 반면 SK는 일발장타 한 방을 노리는 팀이 됐다. SK의 팀 타율은 7위(.255)에 그치고 있지만 팀 홈런은 단연 1위(82개)에 올라 있다. 홈런 덕분에 낮은 팀 타율에도 불구하고 팀 득점은 5위(424점)에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두 팀 모두 득점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장타를 잃은 롯데는 동시다발적으로 타선이 터질 땐 쉽게 득점을 올리지만 한 번 침묵하면 무득점이 길어진다. SK는 반대로 팀 타율이 낮기 때문에 장타가 안 터진다면 다득점이 쉽지 않다. 또한 도루 7위(68개)로 기동력도 떨어진게 약점이다.
두산은 공격의 밸런스가 좋다. 팀 타율은 4위(.263), 팀 득점도 4위(426점)를 기록 중이다. 다만 팀 홈런 41개로 7위에 그치고 있는 게 약점이다. 얼핏 보기엔 리그 평균 수준의 공격력이지만 찬스에 유독 강한 모습이다. 두산의 득점권타율은 2할9푼5리로 전체 1위, 팀 타율보다 3푼가량 높다. 또한 대타 타율도 2할4푼1리로 1위다. 상대적으로 풍족한 선수자원을 갖췄기에 체력안배도 롯데와 SK보단 쉽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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