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1,2픽' 두산, 리빌딩 진짜 신호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21 06: 45

시즌 후 세 명의 외야수(경찰청 오현근, 민병헌, 박건우)가 군에서 제대한다. 따라서 잠재적인 외야 선수층은 그리 얇지 않다. 그런데 상위 1,2라운드에서 모두 청소년 대표 외야수를 지명했다. 두산 베어스의 1,2픽 외야수 지명은 기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팀 입장에서는 확실한 보험을 들어둔 것과 같다.
두산은 지난 20일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천안 북일고 김인태(좌투좌타)를 지명한 뒤 2라운드 15순위에서 대전고 이우성(우투우타)을 지명했다. 투수를 지명할 것이라던 야구인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3라운드에서 천안 북일고 좌완 정혁진을 점찍은 두산은 10개의 픽을 모두 고교 선수 지명에 사용했다.
사실 두산의 2~3년 그 이후의 팀 속사정을 생각하면 김인태-이우성 잇단 지명은 자명한 결과였다. 퓨처스팀에 고만고만한 투수 유망주는 많은 상황에서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즉시 전력감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두산은 고교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김인태를 뽑고 당겨치는 힘이 좋은 이우성으로 외야진에 구성원을 추가했다.

김인태는 현재 고교 야구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동시에 송구 능력이 좋고 수비범위가 넓은 호타준족 외야수다. 이종욱-정수빈과 캐릭터가 동일하며 이우성은 일발장타력을 갖춘 코너 외야수감이다. 팀 내에서 보기드문 장타 양산형 오른손 타자라는 점에서 두산이 이우성을 선택했다고 보면 된다.
이는 베테랑 임재철과 이종욱의 다음을 생각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체력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없는 임재철이지만 그는 우리 나이 서른 일곱. 최근 몇 년간 두산의 테이블세터이자 주전 외야수로 뛴 이종욱은 우리나이 서른 셋이 된 올 시즌 2할3푼1리로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장타력이 뛰어나지 않은 선수인 만큼 두산에서도 그의 운동능력 저하에 대한 대비책을 반드시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임재철의 뒤로는 경찰청을 제대하는 민병헌과 박건우가 있고 이종욱의 후계자는 최근 3년 간 1군에서 많은 공헌을 펼친 정수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병헌, 박건우는 팀 내에서 아직 "1군에서 확실한 주전 외야수로 검증되지 않았다"라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수빈의 경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리고 있으나 그 가능성이 확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주전 좌익수이자 중심타자인 김현수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이 가능한 그날 해외 진출의 꿈을 갖고 있다.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김현수의 해외 진출, 정수빈의 병역 공백에도 대비해야하는 두산이다.
이는 김진욱 감독 취임 후 점진적인 팀 컬러 변화를 노리는 두산의 특성과도 맞닿아있다. 시즌 중 두산은 선발진 탈바꿈은 물론 맏형 용덕한을 롯데로 트레이드하며 주전 포수 양의지에게 맏형으로서 책임감을 부여, 투수진과 포수진 개편을 단행했다. 센터라인 중 야전사령관인 포수진을 시즌 중에 변혁한 두산은 4라운드에서 장광호 LG 2군 배터리코치의 아들인 장승현(제물포고)을 지명했다.
그리고 고교 야수들 중 준재로 평가되는 김인태와 이우성을 지명하면서 두산은 2~3년 그 이후를 위한 대비책도 세웠다. 물론 갓 고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이 단숨에 1군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고교 졸업 후 10대에 입단하는 선수들인 만큼 2군에서 2~3년 가량 기량을 절차탁마해 1군에 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인태-이우성의 지명은 센터라인에서 포수진 재편을 어느 정도 마친 두산이 외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키스톤 콤비로는 최주환-허경민이 현재 1군에서 약간이나마 기회를 얻고 있어 현재 두산이 점진적이자 전체적으로도 센터라인을 재편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존 1군 주력 선수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팀이 생각하는 자신의 향후 효용성에 대해 위기감을 더욱 높여야 하는 이유다.
한때 두산은 스타 플레이어의 갑작스러운 이적이나 2004년 병풍 등으로 인해 주축 선수의 이탈이나 변화가 많았던 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큰 변화 없이 유망주의 수만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몇 년 간은 2군 유망주들의 활발한 1군 진입이 없다보니 2군의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았다. '화수분 야구'라는 원조 수식어도 점차 자취를 감췄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대 중후반 두산은 야수들이 끊임없는 경쟁을 펼치면서도 서로 도와주며 화목한 분위기를 보였던 팀이다. 경기력 면에서도 두산은 잃을 것 없는 듯 과감하게 뛰는 선수들을 내세워 상위권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청소년대표 외야수 두 명의 상위픽 가세. 이는 단순한 연례행사를 치른 것이 아니라 훗날을 위한 두산의 장기적인 투자이자 또다른 리빌딩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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