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전해져 내려오는 애절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소환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의 이야기 전개에 눈길이 모인다.
지난 20일 방송된 ‘신의’에서는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원나라에서 처음 만났던 상황을 그리며 냉랭한 부부 관계의 원인을 짚었다.
지난주 첫 방송에서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세기의 러브스토리라는 역사 속 수식어와 달리 갈등이 서린 부부 관계로 낯선 인상을 안겼다. 노국공주가 자객에 의해 살해 위협을 당할 때도 공민왕은 혹시나 이 사건으로 인해 고려가 원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부부사이는 원만치 못했다. 어린시절부터 원에 볼모로 잡혀있다 혼인 역시 원의 여자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무력한 지존 공민왕의 자괴감이 일으킨 결과였다.

돈에 대한 욕심을 거리낌 없이 밝히고, 잠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첫 인상을 남긴 두 주인공 은수(김희수)와 최영(이민호)은 첫 방송에서 솔직한 캐릭터답게 타임슬립 상황으로 인한 어리둥절함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내 ‘신의’의 얼굴을 무겁지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2회 방송에서 나타난 당시의 시대 상황, 곧 원나라 복속을 1년 앞둔 고려 왕실의 불안감이 모습을 드러내자 ‘신의’는 곧바로 무게감을 드리우며 결코 만만치 않을 극의 전개를 예고했다.
‘신의’에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이야기가 기대를 모으는 건 이 같은 극의 배경을 이들 두 사람이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를 빼앗겨 분노에 찬 비운의 왕과 그런 남자에게 시집 온 대국의 공주는 비극의 한복판에서 결국 깊이 사랑하고 의지하며 역사 속 전해져 내려오는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가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 속에 휘청이는 왕을 옹립하기 위해 최영이 나서고 은수 역시 개입하며 ‘신의’는 타임슬립 드라마의 위용을 갖춘다. ‘신의’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 만큼 역사 속 실존인물 스토리의 등장은 중심 소재를 본격 활용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로 읽혀 본격 타임슬립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sunha@osen.co.kr
sbs ‘신의’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