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세중병원, 한국사회 쓰디쓴 축소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8.21 13: 45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 속 세중병원 사람들은 멀게만 느껴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부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친구부터 직장에 온몸을 다 바쳤지만 결국 ‘팽 당하는’ 우리 주변 누군가는 한번쯤 겪었을 씁쓸한 이야기다.
지난 20일 방송된 ‘골든타임’ 12회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따뜻하고 정의로우며 게다가 열정적으로 환자를 살리는데 모든 것을 거는 최인혁(이성민 분)과 달리 1%, 아니 그 이상으로 부족한 병원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정형외과 레지던트 박성진(조상기 분)은 3년간 황세헌(이기영 분)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힘든 병원 생활을 버텼지만 외과에서는 교수 자리를 얻지 못했다. 세헌은 자신에게 충성한 성진 대신 아끼는 후배를 외과 교수로 추천했다.
결국 성진은 대신 외상외과로 가라는 세헌의 말을 받아들여야하는지를 묵묵하게 고민하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물론 세헌의 처사에 인턴들은 “팽 당한 거냐”고 걱정할 뿐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했다. 성진의 단물만 쏙 빼먹은 세헌의 행동이 성인이 된 후 어떤 조직에 속해있던 그동안 숱하게 본 일이기 때문일 터.
아부 인턴 유강진(지일주 분)은 레지던트 김도형(김기방 분)에게 혼나게 되자 “응급실의 비주얼 담당”이라는 아부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민우(이선균 분)와 강재인(황정음 분)은 “넌 잘 살 거야”라면서 장난스럽게 넘겼지만 이는 아부를 잘 해야 살아남는 사회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골든타임’은 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하는 병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환자의 위중보다는 재력과 같은 불공평한 요소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한국사회의 씁쓸한 면모를 그렸다.
이 드라마가 응급실을 배경으로 환자를 살리는 의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의사가 아닌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쓴맛 진동하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네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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