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미디, 주연보다 조연이 더 웃긴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8.21 08: 11

차태현의 코미디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둑들' 천만관객 돌파에 가려있지만 상대적으로 제작비를 훨씬 더 적게 들인 영화임을 감안하면, 진짜 흥행 대박은 '도둑들'아닌 '바람사'의 몫이다.
주지훈의 컴백작인 올 여름 또 하나의 코미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도둑들'과 '바람사' 틈새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역시 좋은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사'와 '나는 왕'의 공통점은? 주연 보다 조연들의 개성과 활약이 더 두드러진 영화들이라는 사실이다.
먼저 '바람사'. 개봉 전까지 줄거리와 전개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상당수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받았던 '바람사'에 관객들이 몰린 배경은 역시 배우들의 힘이다. 코미디의 달인으로 손꼽히는 차태현의 카리스마가 돋보이지만, 그를 둘러싼 오지호, 민효린, 이채영, 성동일, 고창석, 송종호, 천보근, 김향기 등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영화를 살렸다.

특히 이미 여러 작품에서 명품 조연으로 인정 받았던 성동일과 고창석이 던지는 폭소탄의 화력은 대단하다. '바람사'에서 차태현이 빛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게 바로 이 주연 아닌 조연들의 덕분이다.
'나는 왕' 도저히 한 영화 캐스팅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특급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했다. 백윤식과 변희봉을 비롯해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 등 원톱 주연으로도 손색없는 스타들이 코믹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들의 뒷받침 속에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주지훈은 생애 첫 사극 코미디 주연을 무리없이 수행했다. 왕이 되기 싫은 세자 충녕과 아씨를 위한 일이라면 무조건 달려들고 보는 단순무식 노비 덕칠의 1인 2역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다. 이 역시 명품 조연들의 측면 지원없이는 화려한 조명을 받기 힘들었을 일이다.
백윤식은 왕 앞에서도 할 말 다하는 대쪽같은 선비 황희로 분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청렴결백한 모습에 상상 밖의 천진함과 익살스러움을 더했다. 변희봉은 연기경력 40여년이 묻어나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영화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며, 드라마, 시트콤,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표정과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를 선보여 온 박영규는 다혈질 왕 태종으로 분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세자 바꿔치기 사건의 주범인 황구(김수로)는 꼼수대왕답게 찰진 대사들로 웃음을 유발한다. 쌀 300섬 로비로 출사한 왕실 익위사 소속 세자 호위무사 해구(임원희)는 형편없는 무술 실력으로 궁을 탈출한 세자 충녕과 함께 고생길을 함께 하며 끊임 없이 몸개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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