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이상하리만큼(?) 잘 됐던 한국영화의 기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3년만에 '천만영화'가 탄생하고, 400만 이상 한국 영화가 상반기에만 4편에 달한 2012년이다. 하반기에도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포진해 있다. 감독, 배우들에 대한 신뢰감과 소재와 이야기의 독창성, 규모 등으로 하반기 한국영화 기대작 TOP10을 뽑아봤다.
1. 광해, 왕이 된 남자(CJ/ 9월)
'이민정의 남자'가 된 배우 이병헌이 주연을 맡고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을 배경으로 한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가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왕과 똑같은 외모는 물론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내는 하선은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가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이병헌이 왕과 천민 1인 2역을 연기하고 '왕자와 거지'는 또 한 번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한국 팩션 사극의 모티프가 됐다. 왕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가 진정한 왕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관객들이 짜릿한 쾌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 점쟁이들(9월, NEW)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코믹 호러'란 장르와 이 작품의 연출자가 '시실리 2Km', '차우' 등을 만든 신정원 감독이라는 점. 또 이제훈, 곽도원, 김수로 등이 집단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기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영화는 전국 팔도에서 엄선된 점쟁이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제훈의 첫 코믹 연기가 혹심을 자아내고, 한국 판타지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런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영화계의 바람도 있다.
3. 피에타(9월, NEW)
'문제작 감독' 김기덕의 4년만의 컴백작. '피에타'는 '신이여,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로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는 강도는 하지만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느 날 여자는 사라지고, 곧이어 그와 그녀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피에타'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이후 한국영화로는 7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4. 내가 살인범이다(하반기, 쇼박스)
연쇄 살인범이 공소 시효 만료 후, 베스트 셀러 작가가 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액션 영화로 박시후가 팬클럽을 몰고다니는 꽃미남 살인밤으로 분해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다. 미리 살인범을 대대적으로 '까고' 시작하는 이 영화가 기존의 형사물과는 확연이 다른 작품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린 액션배우다'를 만든 정병길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5. 늑대소년(하반기, CJ)
이 영화는 묘한 소녀 판타지에 기대고 있다. 송중기, 박보영 주연 영화 '늑대소년'은 한국판 '트와일라잇'으로도 불리고 있는 영화. 체온46도, 혈액형 판독불가, 세상에 없어야 할 위험한 존재 '늑대소년'과 세상에 마음을 닫은 외로운 소녀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전에 없던 한국 판타지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제 3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우윳빛깔 꽃미남' 송중기의 짐승남 변신과 영화 '남매의 집', '짐승의 끝'으로 그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성희 감독의 감각이 어떻게 살려졌는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6. 동창생(12월, 쇼박스)
영화 '포화속으로'로 영화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최승현(빅뱅 탑)의 스크린 차기작. 그가 하반기 흥행 코드인 '꽃미남 간첩' 중 한 명으로 변신한다. '동창생'에서 최승현은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남파 간첩이 되는 주인공 명훈 역을 맡았다. 최승현 외에도 한예리, 윤제문, 조성하 등이 출연한다.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를 만든 박신우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7. 남쯕으로 튀어(하반기, 롯데)
영화 '도둑들'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배우 김윤석의 차기작. 오쿠다 히에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콜라와 캔 커피가 '미국의 음모며 독'이라고 하며 금지시키는 등 아버지의 '진상'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이 아버지가 선택한 '남행'에 동참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오연수, 한예리. 김성균 등이 출연한다. 김윤석에게는 '야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8. 위험한 관계(10월, 데이지)
순수한 한국영화는 아니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SBS '신사의 품격'으로 다시금 전성기를 맞은 배우 장동건이 주연으로 나서 기대되는 작품이다.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가 19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다시한 번 재탄생됐다. 장동건이 바람기 많지만 진실한 사랑을 찾는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순수한 여신 장쯔이, 도발적인 팜므파탈 장백지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위험한 관계'는 이미 고전과 현대물을 오가며 4~5차례 리메이크 됐고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 이름을 바꾼 현대판 스릴러 멜로로도 만들어져 매번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위험한 관계'는 올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9. 회사원(10월, 쇼박스)
인기리에 종영한 SBS '유령'의 소지섭, 곽도원의 인연이 이어지는 영화다. '유령'에서 '미친소간지 커플'이란 애칭으로 사랑을 받은 이들이 '회사원'에서는 킬러로 분한다. '회사원'은 살인청부회사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의 스펙타클한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 소지섭은 극중 가장 촉망 받던 직원이자 프로페셔널한 킬러 형도 역을 맡았다. 형도는 단 한 순간의 망설임 때문에 회사의 표적이 되어 직장 동료를 상대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곽도원은 극 중 형도와 같은 회사의 전무이사인 종태 역을 연기한다. 종태는 여러 면에서 형도에게 밀려 그에게 질투심을 갖고 있다. 사실 드라마보다 영화 캐스팅이 더 빨랐다. 원빈의 '아저씨'같은 영화가 아닐까 추측한 사람도 많았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액션영화라는 전언이다.
10. 타워(하반기, CJ)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로 올 하반기 개봉을 노리는 가장 큰 대작 중 한 명이다. 크리스마스이브, 서울의 초고층 빌딩에 유례없는 최악의 화재가 발생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죽음의 위기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재난보다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겨울 시즌 최고 블록버스터가 될 지 주목된다.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김인권 등 쟁쟁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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