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의 코믹하고 로맨틱한 모습부터 ‘추노’의 강인하고 남성미 넘치는 매력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브라운관을 매료시켰던 오지호가 우직한 카리스마를 지닌 무사 ‘동수’로 돌아왔다.
이번엔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이다. ‘미인’, ‘은장도’, ‘조폭마누라3’, ‘7광구’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흥행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오지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를 통해 흥행배우라는 타이틀을 추가하게 됐다. 현재 ‘바람사’는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바람사’는 4주 연속 흥행 독주를 이어오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이라는 강적을 만나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2위 자리에 머물러있었지만, 개봉 2주차인 현재까지도 관객들의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지호에게 ‘바람사’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넌지시 건넸더니 그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좋다. ‘바람사’가 출연작들 중 최고 흥행작이 될 것 같다”라며 서글서글한 눈매로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동수는 고지식하지만 올곧은 심지와 성품을 지닌 무사로 느긋하고 장난기 많은 덕무(차태현)와는 180도 반대되는 성격의 소유자다. 어찌보면 비상한 두뇌와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덕무의 그늘에 가려 돋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캐릭터다.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에서 잘생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2% 모자라는 허당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오지호였기에 코미디 연기에 욕심이 났을 법도 했을 터. 이에 오지호는 “동수 캐릭터가 액션신만 재밌고 드라마 부분에서 지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바람사’에서는 웃기는 역할이라기 보다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이다. 어찌보면 돋보이지 않을 수 있는 역인데?
▲ 그 조율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도 계속 힘들어했다. 감독님은 캐스팅 때부터 무게중심 얘기를 하셨다. 동수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관객 분들이 지루해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딱 무사다.(웃음) 전체 극에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고민이 좀 많았는데 전체적으로는 외적인 액션에 무게를 두고 드라마 적인 요소에서는 동수의 허당 이미지를 살리려고 했다. 막 자기 얘기를 하다가도 어느새 덕무(차태현 분)의 지시 따르고 있는 그런 면을 부각시키려 했다.
-‘바람사’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 캐릭터들의 조합이 일단 좋았고, 캐스팅도 좋았다. 이들이 잘 해낼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 얼음 CG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드라마를 계속 해왔는데 다시 영화로 가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웃음) 이 작품이 추후 활동에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껏 영화에서 흥행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 영화에서 오지호의 존재감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는 배우로서 조금 모자라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 영화는 두 시간 안에 모든 걸 다 쏟아내야 한다. ‘바람사’는 가벼운 느낌의 작품이니 다음 작품은 무거운 정극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드라마나 로코물도 열어놓고 있다.(웃음) ‘바람사’가 잘 되면 무거운 정극을 하든 로맨틱코미디를 하든 내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날 수 있게 만드는 자신감이 좀 생길 것 같다.

-영화에서 비주얼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 맞는 얘기다. 다른 배우들은 다 (비주얼이) 안 된다.(웃음) 첫 촬영 때 (고)창석이 형 분장을 하고 나타났는데 (성)동일 형님이 그러시더라 ‘너네들 어떡할래? 쟤를 어떻게 이겨?’(웃음) 이거 큰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신)정근이 형도 폭탄 맞은 분장을 했는데 상대가 안 되더라.
-‘추노’의 경험이 있어서 영화 속 액션신은 좀 쉬웠을 것 같다
▲ 액션신에 대해서는 내가 좀 아니까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촬영이 좀 빠듯하게 들어가서 연습을 2주 정도 밖에 못했다. ‘추노’에서 했던 합들이 있어서 동작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는 모습들을 위주로 많이 연습했다. 넘어졌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구상을 많이 했다.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NG도 많이 났을 것 같은데
▲ 엔지는 정근이 형, 창석이 형, 동일이 형 때문에 많이 났다. 연기를 할 수가 없다. 지뢰밭이다.(웃음) 한 번씩 터지기 시작하면 촬영을 좀 쉬었다 해야 했다. 특히 동일이 형이 한번 씩 헤집고 가면 (웃겨서) 죽겠더라.(웃음) 동일이 형은 드라마도 같이 해서 잘 아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웃긴다.
-차태현 코미디 연기 스타일과 본인의 코미디 연기 스타일은 뭐가 다른 것 같나
▲ 태현이는 스물스물, 흐물흐물 아무 것도 아닌 듯 그렇게 연기한다. 능청스럽달까. 나도 능청스럽긴 하지만 태현이의 능청스러움은 정말 진짜 같다. 나보다는 좀 더 센 걸 해도 귀여워 보인다. 내가 차태현처럼 연기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 같다. 난 블랙코미디적인게 더 맞다. 의도된 웃음 보다 진지함 속에 묻어 있는 웃음들을 추구하는 편이다. 웃으면서 너스레 떠는 쪽은 아닌 것 같다. 그게 태현이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
-‘바람사’의 관객수를 예상해본다면?
▲ 500만이다. 남들은 800만을 얘기하는데 500만을 넘어가면 그 이상은 기분 좋게 올라가는 거아니겠나. 500만은 들어야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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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