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탄생의 순간부터 4% 찍기까지②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8.22 08: 43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홍대 근처 ‘밤과 음악사이’에 들렀다 90년대 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담당 PD는 ‘응답하라’의 메인 작가 이우정 작가, 총괄프로듀서 이명한 CP와 회의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과는 다른 색깔이었지만 이것이 ‘응답하라’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 ‘응답하라’는 밤과 음악 사이에서
신원호 PD는 KBS에서 CJ E&M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목표로 했던 것이 드라마 형식의 콘텐츠 제작이었다. 고민을 하던 그는 밤과 음악 사이라는 8090을 위한 클럽에 들렀다 해답을 찾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밤과 음악 사이가 유일하게 90년대 음악을 틀어주던 곳이었어요. 거기에 들렀는데 손님 중 30%가 20대 초반 친구들이더라고요.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90년대가 갑이었다는 말을 하거든요.(웃음) 그 친구들도 열광하더라고요. 나의, 또 우리의 90년대 문화에.”(신원호 PD)
비장의 무기를 들고 신원호 PD는 이명한 CP, 이우정 작가와 회의에 들어갔다. KBS 재직 시부터 호흡을 맞췄던 세 사람은 서로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가장 잘 이해하는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 때는 밤과 음악 사이 외에 영화 ‘건축학개론’이 첫 사랑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소위 ‘잘 먹혔던’ 시기였다.
“90년대 문화를 선택한 건 지금 소비돼도 세련되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밤과 음악사이와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이 있었죠. 두 가지 현상을 계기로 90년대 문화의 경쟁력을 확인했던 거예요.”(이명한CP)
#. ‘응답하라’는 20말 30초 사이에서
‘응답하라’에는 1997년 당시 10대 청소년이었던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핵심 시청타깃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시청자였다. 부모의 은밀한 사생활을 목격한 성시원(정은지), 책으로 사랑을 배운 도학찬(은지원) 등 다소 센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등장했던 이유다. 특히 ‘응답하라’는 윤윤제(서인국)를 좋아하는 강준희(호야)를 통해 동성 코드에 접근하기도 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어요. 고등학교를 다니다 보면 정말 하드코어한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에 대한 호감을 품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그런 경험, 그런 감정을 풀어낸 게 준희라는 인물이고요. 강준희라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응답하라’의 현실성이 높아졌다고 봅니다.”(이명한 CP)
구상 초반에는 성인물(?)이었던 ‘응답하라’가 점점 구체화되면서 제작진은 10대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본분에는 충실해야 했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했던 고민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억들을 간지럽혀 주겠다는 바람을 놓칠 수는 없었다.
“성공한 콘텐츠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공감’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응답하라’의 코어 타깃층은 ‘저 땐 저랬다’고 공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고 10대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팬이라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는 거죠. 팬이기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 고민의 본질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같아요. 다만 팬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최초의 드라마라는 점과 사투리를 실제 사용하는 배우들을 포진시켰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봅니다.”(이명한CP)
#. ‘응답하라’는 2%와 5% 사이에서
신원호PD는 방송에 앞서 진행된 ‘응답하라’ 제작발표회에서 목표시청률을 2%라고 밝힌 바 있다. ‘응답하라’는 지난 14일 방영분이 목표치를 훨씬 넘어선 3.25%(TNmS리서치 케이블 유가구 기준 집계)의 평균 시청률과 4.56%의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 전후 시청률이 나왔을 때 ‘됐다’고 숨을 고르는 케이블 드라마의 특성 상 상당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숫자보다도 지금은 시청자들의 공감이 느껴지니까 좋습니다.(웃음) 뜨거운 반응을 체감하니까 기쁘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사람들도 듣고 싶어 했구나’라는 깨달음이랄까요. 시청률이 얼마나 더 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상파였으면 제가 했던 경험으로 추정해보겠는데 케이블에서는 초년병이라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이왕이면 5%를 찍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하.”(신원호PD)
이제 2%를 넘어 5%로 향하는 ‘응답하라’가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에 보답하기 위해 내건 최고의 선물은 완벽에 가까운 고증과 대규모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 제작진의 열정이다.
“소품을 디테일하게 고증했다는 시청 소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지금도 클럽 H.O.T가 뜨겁게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소장하고 있던 것들을 가져다가 썼죠. 하지만 큰 장면에서는 우비, 브로마이드, 스크랩 등 참고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더라고요. 자신들에게는 보물1호니까. 그래서 똑같이 복원했죠. 21일 방영분에서 젝키 팬하고 H.O.T 팬이 대립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 장면을 위해서 몇 주 전부터 준비를 했죠. 특히 비가 오면서 두 측이 대립하는 마지막 장면에는 18시간 정도가 소요됐어요.”(신원호PD)
반환점을 돈 ‘응답하라’는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시즌2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크랭크업으로 인해 감독, 작가, 배우 모두 정신없이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응답하라’는 앞으로 6회, 총 3주에 걸쳐 전파를 탄 후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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