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N세대의 무릎을 치게 한 번뜩이는 순간들④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08.22 08: 43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 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는 현재 30대 초입에 들어선 일명 ‘N세대’로 불린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순간이 다수 등장한다. 당시 모습과 문화를 보여주는 깨알 같은 소품들에서부터 두근거리는 학창시절 로맨스는 매주 화요일 밤 시청자를 ‘응답하라’에 눈이 모이게 만들며 공감대 형성으로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N세대의 무릎을 치게 만든 로맨스와 시대재현의 탁월한 순간이 여기 모였다.
◆ 학창시절 이렇게 연애했다
 
 
무뚝뚝한 부산 남자 윤제(서인국)가 시원(정은지)의 얼굴을 쓸어내릴 때 여심(女心)은 소리 없이 폭발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형제 같은 두 사람이지만 윤제는 시원이 얼토당토 않는 ‘안승부인’ 흉내를 낼 때면 이 같은 나름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제는 시원이 삼각커피우유와 바나나우유를 마실 때 어김없이 이를 빼앗아 목을 축이며 빨대를 ‘공유’한다. 윤제를 짝사랑했던 유정(신소율)이 자신의 우유를 건넸을 때 빨대를 버리고 벌컥벌컥 마시던 모습과는 천지차이. 상남자 윤제식의 애정표현은 이렇듯 은근함으로 드러나 경상도 남자에 대한 로망을 자극한다.
얼굴 쓸어내리기와 빨대 공유로 성이 안 찼다면 기습 입맞춤 같은 박력 로맨스도 윤제의 필살기 중 하나다. 체육시간 이후 온 몸이 땀에 젖은 윤제는 상의 탈의 상태로 시원에게 입을 맞추며 감춰둔 한 방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구 1등 모범생이 그것도 학교 수돗가에서 벌인 박력 키스는 더 이상 윤제를 소극적이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윤제가 무심한 매력남이라면 서울에서 전학 온 학찬(은지원)의 애정표현은 좀 더 세심하고 다정스럽다. 학찬은 젝키의 광팬인 여자친구 유정을 위해 밤새 손편집에 나선다. 젝키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를 하나하나 돌려보며 매직과 테이프를 이용해 특별한 영상을 제작한 것. 이 같은 솜씨는 19금 비디오를 편집하며 익힌 야동마니아의 흔적이지만 애교 많고 감성이 풍부한 유정은 남자친구의 이 같은 정성에 눈물을 글썽였다.
동성간의 애틋한 감정도 ‘응답하라’에서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준희(호야)와 윤제가 공군사관학교에 나란히 입학원서를 내지만, 윤제의 자격 미달 판정에 준희가 면접에 아예 응시하지 않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 윤제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던 준희는 공군사관학교 입학 역시 윤제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로 지원했을 정도로 남다른 감정을 키우며 ‘응답하라’ 속 이색 감성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 1997년 그때 이랬다!
 
1997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답게 ‘응답하라’에는 당시 생활 소품이 대거 등장한다. 삐삐와 다마고치, 워크맨은 애교 수준. 이 드라마에는 콤비(combi) 콜라와 815콜라, DDR, PC 통신 하이텔, 천계영 작가의 만화 오디션 등 희귀 소품들로 즐비하다. 특히 PC통신 세대였다면 흔하게 겪었을 수화기를 든 누군가로 인해 통신 연결이 끊어져 짜증을 부렸던 일화 역시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학찬이 PC통신으로 포르노 사진을 내려받던 중 중요한 순간에 전화기를 든 아버지 때문에 벌컥 화를 내는 장면이 그것.
통신 발달 초기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또 있다. 동영상 사이트와 영상 다운로드가 일상화된 요즘과 달리 비디오시대였던 당시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게 흔했다. 이에 윤제는 시원의 부탁을 받고 H.O.T가 출연한 ‘충전 100%쇼’를 녹화하지만 이를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별은 내 가슴’ 녹화 테이프에 입혀 구박만 듣는 식이다.
이 외에도 시원이 H.O.T 콘서트에 가기 위해 전날 밤부터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서 티켓값을 입금하는 모습 역시 ‘응답하라’에만 등장하는 1997년 당시의 모습이다.
BGM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응답하라’에는 고교생 가수로 H.O.T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가수 양파의 이름이 등장한다. ‘애송이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양파의 음악을 들으며 “아무리 뜨고 싶어도 그렇지 이름이 양파가 뭐냐”고 투덜대는 윤제의 모습은 당시 10대들이 나눴던 대화 그대로다. 
이 밖에도 10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패션브랜드 지피지기, 배드보이, 니코보고를 입고 등장한 학찬과 성재(이시언), 당시 유행 CF를 패러디해 아버지에게 머리를 잘린 시원을 위해 함께 헤어컷을 하고 미소 짓는 유정의 모습은 ‘응답하라’가 촘촘하게 당시를 재현한 명장면들이다.
sunha@osen.co.kr
tvN ‘응답하라 1997’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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