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부대가 될 것인가.
LG가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는 지난주 3승 1패의 호성적을 거뒀고 한화와 주말 3연전에선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지난 경기에서는 4강권 재진입을 위해 서둘러 연패를 끊어야 하는 KIA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막바지 LG 선전의 가장 큰 원인은 쉬지 않고 폭발 중인 타선에 있다. LG 타자들은 최근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치면서 상대팀 마운드를 무너뜨리는 중이다. 21일 광주 KIA전에서도 12안타·8득점을 뽑아내며 경기 중반에 이미 승부를 결정지었는데 최근 매 경기 한 두 명 이상이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라인업에 3할 타자만 6명에 이르며 타순 전체를 살펴봐도 좀처럼 만만한 타자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병규·박용택·정성훈·이진영 같은 베테랑 스타선수들이 LG 타선을 이끌어 왔다면 최근에는 이들의 활약에 신예세력도 합세했다. 후반기 1번 타자로 변신하면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오지환은 올스타전 이후 9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치고 있고 정의윤도 진화 끝에 타율 3할대를 맞춰놓고 있다. 포수마스크를 되찾은 윤요섭은 시즌 내내 3할 타율을 기록 중이며 최고참 최동수와 내야수 김태완도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타자다.
상대 선발투수에 대한 전력분석도 잘 이뤄지고 있다. LG는 최근 5경기 연속 선취점에 성공하면서 경기 흐름을 먼저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상대 투수에 대응해 매번 타순에 변화를 주고 상·하위 타선이 조화를 이루며 좀처럼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시즌 중반 번번이 나왔던 희생번트 실패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며 적시적소에 외야 희생플라이도 나오고 있다.
마운드는 선발진이 불안하지만 불펜진이 두터워졌다. 철벽투를 펼쳤던 유원상이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음에도 류택현·이상렬의 베타랑 좌투수라인이 분발하고 이동현이 유원상의 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우규민은 롱맨으로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마무리투수 봉중근은 이상훈 이후 약 10년 동안 이어져왔던 갈증을 해소시켜 줬다.
불안했던 수비도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책 중이다. 리드하고 있는 경기 후반에는 외야수 이대형, 포수 김태군, 내야수 김용의 등을 투입하면서 지키는 야수진을 가동, 상대에게 틈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공격조와 수비조과 확실하게 분리되면서 선수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졌고 그만큼 그라운드 위에서의 집중력도 이전보다 향상됐다.
LG는 지난 5년 동안 시즌 막판에 유독 힘을 잃고 급격히 추락했다. 조기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면서 선수단은 서둘러 손을 놓고 시즌을 접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막바지에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연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매번 의지를 다잡았던 결과가 나오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전 목표로 60패를 설정했다. 이미 54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추세라면 60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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