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김희선 생활대사, 잿빛 고려사에 활력 불어 넣는다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08.22 09: 45

 
SBS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에서 배우 김희선의 물오른 코믹연기가 깨알 같은 웃음의 순간을 탄생시키고 있다. 극중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유은수 역을 연기 중인 김희선은 6년 만에 컴백작에서 기존의 착하고 예쁜 캔디걸을 벗어나 솔직담백한 생활형 대사를 능청스레 소화하며 선방하는 중이다.
김희선의 코믹연기가 빛을 발하는 건 무엇보다 극중 은수의 대사가 땅에 붙어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외과 전문의에서 성형외과로 전공을 바꿔 자리를 잡아갈 무렵 최영(이민호)에 의해 고려로 오게 된 은수는 이 못마땅한 상황을 솔직하게 토로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은수는 “작년에 겨우 내 15평짜리 오피스텔 샀다. 대출 한참 남았어도 내 집”이라며 “내 욕실에서 샤워하고 내 잠옷 입고 내 침대에서 자고 싶다. 그런데 네가 잡아왔다”며 울어버린다. 은수의 타임슬립이 고려왕실에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거창한 수식과 상관없이 그녀는 내 집 마련이 소원인 현대 소시민의 심정을 드러낸다.

최영이 몸을 관통한 장도로 입은 치명적인 부상을 끈질기게 치료하고자 하는 데도 은수의 이유는 다르지 않다. 은수는 “꿈인 줄 알았는데 암만 자고 일어나도 똑같다. 그럼 내가 진짜 사람 찌른 건데...”라고 말을 잇지못하며 최영의 부상과 혹시 모를 죽음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려는 식이다.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같은 이유는 은수에게 찾아볼 수 없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여타 드라마 속 정의로운 의사들과는 거리가 있다.
여기에 불편한 고려생활을 트집 잡으며 “개나리 십장생”을 비롯해 “미친놈아” 같은 욕설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모습은 은수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
특히 은수의 이 같은 모습은 원나라 복속을 1년 앞두고 온통 잿빛으로 물든 우울한 고려 왕실이라는 극중 배경에 유일한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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