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개의 공 중 완급조절형 커브는 단 두 개. 직구-슬라이더 패턴으로 구종 선택은 공격적이었으나 낮게 깔리는 공에 상대 타자들이 속지 않았다. 결국 두 경기 연속 선발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SK 와이번스 우완 에이스 송은범(28)이 4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2경기 연속 조기 강판에 그치고 말았다.
송은범은 22일 문학 한화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4이닝 동안 86개(스트라이크 48개, 볼 3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4개) 3실점으로 0-3으로 끌려가던 5회초 박정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2실점으로 조기강판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송은범이다. 6회말 이호준의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패전을 면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동산고 2년 선배이자 14경기 중 13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정상호와 익숙한 배터리를 이룬 송은범은 가능한 낮거나 바깥쪽 코스로 공을 제구했다. 특히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는 바깥쪽 낮은 코스의 공이 많았다. 직구가 61개로 최고구속은 149km였으며 최고 137km의 슬라이더는 23개를 던졌다. 기본적인 빠르기나 구위는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한화 타자들이 낮은 코스의 공에 속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직구 32개 중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이 23개로 제구가 괜찮았다. 반면 오른손 타자 상대 슬라이더 13구 중 아웃코스 9개 중 한 개 만이 한화 타자의 배트를 끌어냈다. 빠지는 슬라이더다 싶으면 한화 타자들은 이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송은범의 직구는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1-1에 가까울 정도(스트라이크 16개, 볼 13개)로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더욱이 왼손 타자 상대 슬라이더는 볼 7개 중 5개가 타자 몸쪽 낮은 코스로 흘렀고 한화 타선은 이 또한 휘두르지 않고 걸렀다. 상대 방망이를 끌어내기 위한 슬라이더는 오른손 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와 좌타자 몸쪽 낮은 쪽으로 향했으나 한화가 이 공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며 송은범을 힘들게 했다.
대체로 지도자들은 투수에게 “범타를 양산할 수 있는 바깥쪽 낮게 깔리는 공”을 우선적으로 바란다. 이론 상 가장 타자가 안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코스의 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쪽으로 회심의 공을 던진다고 해도 타자들이 미리 상대를 파악해 ‘이 공은 걸러 보낸다’라고 생각하고 참으면 별 무 소용이다. 떨어지는 각이 좋고 좋을 때 140km까지도 거침없이 찍히는 송은범의 예리한 슬라이더는 이미 의중을 간파하고 나선 한화의 방망이를 유혹하지 못했다.
farinellli@osen.co.kr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