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의 동력이 될까.
최희섭은 지난 21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2군경기에 출전했다. 올들어 첫 2군 경기였다. 1회초 스리런 홈런를 날리는 등 2안타 4타점을 올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2군이지만 그가 4번타자의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남은 경기에서 반격의 힘을 보탤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는 올해 초반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 1월 최희섭은 동계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선 감독을 찾아 팀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구단은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그러나 넥센과의 트레이드는 발표 직전에 무산됐고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복귀했다.

그러나 선수단은 이미 전지훈련을 떠났다. 선감독은 전지훈련지에서 그를 부르지 않았다. 팀의 기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키나와 실전캠프에서 연락이 없었다. 최희섭도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광주에서 훈련에 매진했다.시범경기에서도 경기출전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개막전에 이범호가 빠진데다 김상현도 부상으로 장기이탈했다. 두 선수가 빠진 타선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고 개막 2연패를 당했다. 최희섭이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한다는 말을 들은 선감독은 4월 10일 1군에 올렸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을 이끌었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방망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알찬 동계훈련을 못한 후유증이 나타났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방망이의 스피드가 늦어졌다. 몸도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했다. 타격부진에 빠지자 자신의 주변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삼성에서 조영훈이 이적해 1루수로 나선 것이다. 부진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대신 최희섭은 지명타자로 출전 했지만 벤치를 지키는 일도 많았다. 시련이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기다렸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8월 들어 복통 등 자질구레한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경기출전이 뜸해졌다. 결국 지난 14일 잠실 LG전 선발 4번타자로 내정됐으나 운동장에서 몸을 풀던 도중 또 다시 복통을 호소했다. 선 감독은 다음날 2군으로 내려보냈다.
웬만하면 그대로 주저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희섭은 몸을 추스려 다시 방망이를 움켜쥐었고 2군 경기에 출전했다. 출전과 동시에 홈런포를 날리며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시련은 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아직 진 빚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희섭까지 빠지면서 1군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고 5패를 더해 7연패를 당했다. 22일 광주 LG전에서 힘겹게 7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희섭은 25일부터 1군에 복귀가 가능하다. KIA는 4위 두산에 3.5경기차 6위를 기록중이다. 남은 35경기에서 치열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과연 최희섭은 4강 반격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그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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