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박지윤, 끼 분출할 창구가 간절하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8.23 08: 45

KBS 전현무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이 업계 안팎의 이슈가 되고 이미 프리로 전향한 박지윤 전 아나운서의 찰진 사투리 연기가 화제를 모으는 요즘이다. 아나운서이지만 독립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독립해 MC는 물론 연기까지 섭렵한 이들의 활약상이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현실. 최근 KBS에 사의를 표명한 전현무는 이미 '땜빵맨' 소리를 들을 정도로 KBS 예능을 두루 거치며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뽐냈고 박지윤은 최근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맛깔 나는 부산 사투리에 원초적인 욕설까지 섞은 걸쭉한 생활 연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끈다.
이렇듯 뉴스를 진행하거나 교양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나선다는(?) 아나운서 특유의 본분 대신에 자신들의 끼와 재능, 본능에 충실한 엔터테이너들의 맹활약이 돋보인다. 전현무는 이미 고정 예능 프로그램을 여러 편 거치며 본래 내재돼 있던 예능감을 한껏 단련시킨 모습이다. 날고 긴다는 예능 전문 선수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확실한 존재감을 구축하며 대중으로 하여금 '프리 전향을 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4년 공채 30기로 입사했던 박지윤은 2008년 돌연 프리를 선언한 이후 KBS 동료인 최동석 아나운서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케이블과 종편 채널을 넘나들며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프리 선언 이후 교양, 예능 할 것 없이 다양한 영역의 MC로 발을 넓히더니 급기야 '응답하라 1997'에서는 특별 출연 형식으로 연기에도 본격 도전했다. 극중 준희(호야 분)의 6, 7번째 쌍둥이 누나로 등장, 상반된 캐릭터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했고 방송 직후부터 시청자들 사이 난리가 났다. '이 박지윤이 그 박지윤 아나운서가 맞냐'는 것.

이렇게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재능으로 똘똘 뭉친 아나운서 출신 스타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tvN의 간판 MC로 영역을 확고히 한 MBC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나 크고 작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줄곧 연기 행보를 걷고 있는 KBS 출신 최송현, 이외에도 손범수 임성민 강수정 정은아 최은경 김현욱 등 지상파 3사의 아나운서 출신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대부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활동 중이다.
이들의 프리 선언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또 개인에 따라 주된 목적도 다르지만 전현무와 박지윤 등 상당수의 경우를 감안할 때,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끼를 분출하고픈 욕구가 서려있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따라붙는 세간의 고정화된 이미지를 탈피해 단순한 진행자 역할이 아닌 엔터테이너로서 성장하려는 의지들이 엿보인다. 그저 똑똑하고 바른, 뭔가 정제된 이미지에 갇혀 활동에 제약을 받는 스스로에 대한 학대를 멈춘다. 원하는 만큼 끼를 발산하고 재능을 두루 쓰며 다양해져가는 대중문화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방송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한 때는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춤을 추거나 개그를 하고 또 그러다 결국 프리 전향을 하면 욕 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사이 대중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언제까지 아나운서들의 목에 넥타이만 걸게 할 것인가. 돈 욕심에 프리 선언을 했다고 속물 취급 받던 것도 예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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