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LG 선발진, 신세력이 구세력 눌렀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23 10: 22

신구조화 경쟁구도 속에 신예세력이 우위를 점했다.
올 시즌 LG 선발진은 토종 투수 중 최근 10승을 올린 이가 전무했고 그만큼 선발진이 최대약점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시즌 10승 투수와 다섯 번째 선발투수가 스프링캠프 기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면서 외국인 투수 두 명을 제외하면 선발진은 그야말로 물음표 천지의 무주공산이었다.
선발진 문제에 대한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의 답안은 신구조화를 모토로 한 선발 로테이션 경쟁구도 확립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3월 중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올 시즌 운용 계획을 전하는 자리에서 “선발진은 베테랑과 어린투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뤄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구상할 것이다”고 밝혔다. 즉 김광삼·정재복·이대진의 베테랑 세력과 임찬규·이승우·최성훈·임정우 등의 신예세력을 공정한 경쟁구도 속에 기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이 발표한대로 외국인 투구 두 명을 제외하면 국내투수 9명이 선발투수로 등판, 시즌 내내 선발투수 시험이 펼쳐졌다. 20세의 2년차 투수 임찬규부터 38세 베테랑 이대진까지 나이와 관계없이 선발로테이션 진입을 향한 경쟁을 벌였고 100경기가 넘어간 현재 경쟁구도가 정리되고 있다.
22일까지 선발 등판 횟수를 놓고 보면 주키치와 리즈가 각각 23회와 17회로 가장 많이 선발투수로 출장했다. 이어 김광삼이 17회로 리즈와 같고 이승우가 15번, 정재복이 7번, 최성훈·임정우·신재웅이 5번, 임찬규가 4번, 우규민이 3번, 이대진이 1번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밟았다. 선발출장 횟수만 놓고 보면 주키치·리즈·김광삼·이승우·정재복의 선발 로테이션이 되어야하지만 실질적인 올 시즌 LG의 선발진은 주키치·리즈·김광삼까지만 고정, 나머지 두 자리는 늘 변동을 줬다.
정재복은 6월 초 2군으로 내려간 후 퓨처스리그 등판에서 고전, 6월 3일 이후 1군 등판이 없는데 7번의 1군 선발 등판에서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결국 4·5선발 두 자리를 이승우·최성훈·임정우·신재웅의 신예세력이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이승우는 4월 8일 삼성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김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대졸신인 최성훈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배짱투를 펼치고 있다. 2년차 임정우 역시 시범경기부터 꾸준히 선발투수로 기회를 줬고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마침내 프로 첫 승을 올렸다. 후반기 선발진에 합류한 신재웅은 두산 니퍼트·삼성 탈보트 등과 맞상대하며 2승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이승우가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김 감독은 임정우를 콜업, 임정우와 신재웅이 4·5선발투수 역할 중이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LG는 선발진에 적극적인 리빌딩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지난 10년 동안 LG는 겉으로 보기에만 리빌딩을 외쳤을 뿐 10년 동안 실질적인 리빌딩 시즌은 없었다. 항상 미래보다는 성적을 중시했었다”며 “올 시즌에는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리고 있다. 지금 내 목표는 내가 나가더라도 후임자가 편하게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고 미래를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제 겨우 선발진 재편에 시동을 건 만큼 낙관적인 전망 만을 할 수는 없다. 이승우·최성훈·임정우·신재웅 모두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 중 지난 시즌 막강한 구위를 자랑하던 깜짝 10승 투수 같은 이는 없었다. 다만 다음 시즌과 다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정찬헌·이형종·류제국 등의 복귀전력이 투수진에 합류할 것이며 올 시즌 부진했지만 임찬규와 선발투수로 보직 전환이 가능한 우규민도 선발 후보가 될 수 있다. 어쨌든 더 치열한 경쟁구도로 리빌딩의 파도가 강해질 것은 분명하다.    
우려했던 그대로 올 시즌 LG 선발진은 하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22일까지 선발진 퀄리티스타트 34회로 8개 구단 최하위이며 팀 평균자책점도 4.16으로 7위로 내려앉아 있다. 그래도 선발진 재편에 대한 로드맵은 그렸고 그대로 실현 중이다. 선발진 리빌딩이 완료되는 그 때 비로소 LG가 높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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