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의 고전이 된 ‘들장미 소녀 캔디’의 그 유명한 안티캐릭터 이라이저들이 등장했다.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 극본 이영철, 연출 전기상)의 설한나(김지원)와 송종민(황광희) 캐릭터가 그 주인공. 특히 남성판 이라이저로 분한 광희는 시기와 질투심으로 똘똘 뭉친 모습으로 캐릭터를 극대화시켜 그 재미를 더하고 있다.
종민은 주인공 재희(설리)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안티캐릭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재희가 지니체고에 전학 온 첫날부터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축구시합 도중 깊은 태클을 걸어 양호실에 실려 가게 하는 게 종민의 행동이다. 음모를 꾸며도 먹히지 않을 땐 눈이 찢어질 듯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재희가 미운 이유는 단순히 자기보다 더 주목받는 것에 대한 악감정이 전부로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한나의 경우 국민적 관심을 받는 전국구 스타 리듬체조 선수라는 자의식이 그녀를 현대판 이라이저로 만들었다. 주목 받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한나는 당연히 자기에게 반했을 거라고 생각한 은결(이현우)의 무반응에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퍼붓는다. 오해로 인해 은결과 한 스파에서 마주쳤을 때는 바가지로 머리를 가격하고 “죽으라”는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1차원적인 즉각적인 반응에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게 바로 이들 이라이저식 안티캐릭터들의 역할이다. 단순하고도 자아도취에 빠진 인물들은 갈등상황을 만드는 데 용이하게 사용되고, 특히 학원물을 표방한 ‘아그대’에 심각하지 않은 대립 상황을 전개시킨다. 또 주인공이 곤란을 겪게 만드는 데도 쉽게 활용된다.
김지원과 광희가 주는 이미지와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이 같은 안티캐릭터 역할에 썩 들어맞아 보인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화려한 이미지를 풍기는 김지원의 자아도취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광희의 4차원 이미지가 그렇다.
스토리 보다 캐릭터에 주목하는 ‘아그대’에서 이들의 활약 역시 이색 재미 중 하나다.
sunha@osen.co.kr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