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보다 가능성’, SK의 신인지명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23 12: 50

1라운드로 뽑은 투수가 포수에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다. 또한 최근 몇 년 간처럼 2부리그 대학 선수도 지명했고 마지막에는 유일하게 군 선수를 선택하며 드래프트를 마쳤다. SK 와이번스의 신인 드래프트는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 훗날의 가능성에 좀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지난 5년 간 매년 한국시리즈에 진출, 신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가 익숙했던 SK는 1라운드에서 부산고 투수 이경재를 지명한 것을 시작으로 10라운드 상무 외야수 김경근까지 지명을 마쳤다. 10명의 선수 중 7~9라운드에서는 2부 대학 선수들을 지명했고 연고 출신 유망주도 5명을 선택했다.
1라운드로 지명된 부산고 우완 이경재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우완 정통파. 184cm 85kg로 당당한 체구를 지닌 동시에 상대적으로 싱싱한 어깨를 지니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변화구 구사능력이나 투수로서 수비력은 더 향상시켜야 한다. 2라운드에서 선택된 경남대 우완 이석재는 178cm 74kg로 투수치고 왜소한 편이지만 저학년 시절부터 중간계투로 경기 경험이 많다. 최고 147km의 직구에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

3라운드에서 선택된 화순고 좌완 김정빈은 볼 끝이 묵직하고 체인지업 구사력이 좋은 투수. 그러나 체력적인 면에서는 좀 더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4라운드 화순고 외야수 최민재는 고교-팀 2년 선배인 정진기와 비슷한 스타일로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스위치히터. 대구상원고 출신으로 5라운드에서 지명된 류효용은 송구능력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고른 기량을 갖춘 우타 외야수다.
안양 충훈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유영하는 상대적으로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6라운드에서 선택되었으나 경기 경험과 완투 능력을 갖췄으며 최고 구속도 145km에 이르는 유망주다. 제물포고-강릉 영동대 출신의 7라운드 유격수 정효원은 타격 능력이 아쉽지만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는 팀 내 평가다.
8라운드 좌완 성양민은 충훈고-사이버대를 거치며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의 거포 유망주 모상기의 동생인 모상엽(안산공고-송원대)이 9라운드에서 지명되었으며 형처럼 당겨치는 힘이 뛰어난 스타일이다. 2006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당시 포수로 함께했던 경동고-단국대 출신 상무 외야수 김경근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56경기 2할9푼4리 7홈런 27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가능성만 보면 10명의 유망주가 저마다 매력적인 면을 갖춘 선수들이다.
여기서 이적생 출신을 제외하고 SK에서 데뷔해 주전으로 자라난 선수들을 살펴보자. 좌완 에이스 김광현과 마무리 정우람, 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입단 후 5년 이상이 되어 1군 주력급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5년 간 성적이 좋았던 만큼 그 해 최대어를 뽑을 수도 없었고 김광현 이후로는 연고인 인천-경기-강원권에서 특급 유망주도 출현하지 않았다. 전임 김성근 감독의 눈높이가 높아 그만큼 유망주들의 기량 연마 시간도 길어야 했다. 실제로 최근 5년 간 지명한 유망주 중 팀의 1군 주력이 된 선수는 김광현이 유일하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유망주들이 공식 입단한 후 얼마나 팀에서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느냐가 우선시된다. SK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을 쌓으며 더 큰 선수들로 자라났고 그들이 지금은 대부분 선수로서 절정기인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유망주들의 1군 두각이 필요하다.
냉정히 생각했을 때 다음 시즌 1군 즉시 전력감으로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우완 이석재 정도다. 1~3년 차 젊은 선수들이 2군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 SK라면 좀 더 냉정한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느 팀에나 대대적인 재편의 시간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만큼 SK는 2013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감의 잣대인 아마추어 시절의 실적보다 미래 효용 가치에 더욱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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