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삼성 이승엽-한화 김태균 등 거포들의 귀환으로 화끈한 타격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에 걸맞게 이승엽은 타율 4위, 홈런 3위로 삼성의 선두 질주를 받치고 있고 김태균은 타율 3할9푼1리로 2위 그룹과 무려 8푼이나 차이를 벌리며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다.
복귀파 선수들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올해는 오히려 투고타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타격과 관련된 데이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까지 리그 평균 타율은 2할6푼1리로 역대 최고의 투고타저로 꼽혔던 2006년의 2할5푼5리보다 조금 높은 수치다. 6년 만에 최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전체 홈런개수는 485개,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올해 리그의 전체 홈런은 637개가 된다. 이는 2006년 660개보다 23개나 적은 수치다. 더군다나 2006년은 팀 당 126경기를 치러 지금보다 리그 전체 경기수가 28경기 적었을 때다. 경기당 홈런도 1.20개로 최근 가장 방망이가 뜨거웠던 2009년의 경기당 2.17개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만큼 올 시즌 야구장에서는 화끈한 타격쇼를 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투수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올해 리그 평균자책점은 3.96, 2007년 이후 5년 만에 3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투수가 KIA 윤석민과 두산 니퍼트 둘 뿐이었지만 올해는 이 부문 선두 나이트(2.23)을 비롯해 4명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또한 지난해 평균자책점 3점 이내인 선발투수는 10명이었는데 올해는 1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면서 홈런 보기가 힘들어졌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홈런 레이스는 뜨거웠다. 그 중심엔 넥센 강정호가 있었는데 6월 중순에 벌써 19홈런을 기록하면서 시즌 50홈런 페이스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왔다. 더불어 박병호-최정-이승엽 등도 방망이를 힘차게 돌리며 간만의 치열한 거포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2달 넘도록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홈런 레이스도 주춤해졌다. 현재 홈런 선두 넥센 박병호는 24개, 2위 박석민은 21개를 기록 중이다. 박병호도 지난 7일 이후 2주 넘도록 손맛을 못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리그의 전체적인 홈런 페이스도 지지부진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홈런 선두 박병호는 31개를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첫 풀타임을 소화하는 박병호가 지금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2위와 3개 격차를 보이며 홈런왕 고지에서 가장 유력한 건 사실, 하지만 30개를 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만약 올해 30홈런을 기록하는 타자가 못 나온다면 2006년 이대호 이후 6년 만에 30홈런에 미달된 홈런왕이 나오게 된다.
당시 이대호는 홈런 26개로 홈런왕에 올랐는데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1995년 OB 김상호가 홈런 25개로 타이틀을 수상한 후 줄곧 30홈런을 넘긴 타자가 등장했었다. 지난해 홈런왕 삼성 최형우도 홈런 29개로 시즌을 마치나 싶었지만 시즌 종료 4경기를 남겨놓고 하나를 추가, 30개를 정확하게 맞췄었다.
홈런왕 싸움과 관련해 박흥식 넥센 타격코치는 최근 "결국은 (박)병호와 (이)승엽이의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다들 페이스를 보니 병호가 한 3~4개 더 추가하면 홈런왕이 확정되지 않을까 한다"며 30개 미달 홈런왕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박 코치는 "지금도 적은 홈런은 아니다. 25개로도 홈런왕을 받은 선수가 있지 않나. 전혀 조급해할 필요 없다"며 경쟁 속에 예민해져 있을 법한 선수들을 독려했다.
투고타저와 타고투저는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불과 3년 전인 2009년 리그 전체 홈런개수는 1155개, 경기당 2.17개로 올해의 1.19개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과연 홈런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거포들이 남은 시즌에서 3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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