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수가 '알투비:리턴투베이스'(이하 알투비)와 같은 영화가 잘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가 약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그가 의미를 짚은 부분은 한국영화로서 펼친 과감한 도전에 대한 것이었다.
"이쪽 일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봐야하는 것도 있고, 큰 그림을 보게 되면 다른 시점이 생기는 것도 있더라고요. 옛날에는 우리가 전투기를 수입했는데, 요즘은 국방력이 강해져서 기술 전투기를 수출해요. 인도네시아에 얼마 전에도 수출했다고 하더라고요. 무기를 수출하는 게 그닥 훌륭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 영화는 특별하죠."
'알투비'는 대한민국 하늘을 지키는 21 전투비행단의 비공식 작전을 그린 고공 액션 드라마로,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고공액션 장면이 포함됐다.

극중 마음씨 좋은 편대장 대서 역을 맡은 김성수는 "지금껏 고공 액션 영화는 수입하면서만 봤다. '탑건' 같은 것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내수용'으로만 영화를 찍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힘들더라도 이런 영화도 찍어야 하고, '마이 웨이'같은 큰 대작도 계속 찍어야 해요. '알투비' 같은 경우는 처음 시도하는 거라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죠.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요. 한 번도 한국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들(비행전투신, 고공촬영)을 본 적이 없으니 고무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성수는 "'알투비'의 드라마에 지적하는 모든 말은 맞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선택'을 한 거다. 비주얼적인 면에 더 힘을 쏟은 것.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도 있지만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보는 영화도 있듯이 영화는 다양함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뭔가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배우로서 한국영화계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또 그는 "'돈 많이 들여서 겨우 저거냐?'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행착오 과정은 분명히 있다. 흥행에 실패했더라도 '마이웨이' 같은 영화도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의 미덕이 있다"라며 "언제까지 내수용 영화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의 기술이나 문화의 영향력은 이미 내수용을 넘어섰다. 할리우드에 팔 수 있으면 팔아야지"라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실제로 '알투비'는 전투기 신에 많은 힘을 준 영화다. 배우들은 파일럿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전투기를 타는 도전을 했다. 강제성은 물론 없었다. 배우들 전원이 모두 직접 선택을 한 것.
김성수는 "무사 연기는 칼 싸움을 하고 말 타는 액션 신을 연습하며 '내가 무사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파일럿은 방법이 없더라. 직접 타지 않고서는. 그런데 경비행기도 아니고 전투기라 쉽지는 않았다"라고 전투조종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겪은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테스트에서 거의 다 기절을 하죠. 한 번도 기절 안 해 본 사람들이 기절하는 경험을 하면 겁 먹기 시작한해요. 저는 기절을 안 했어요. 그런데 몸적으로는 기절한 게 편해요. 기절을 안 했다는 것은 그걸 버틴거잖아요."
상공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전투기를 탔던 이유는 단 하나다. 그는 "우리(배우들)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전투기 신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걸 얼마나 매끄럽게, 실제처럼 긴박감을 갖고 표현하나를 위해. 그것을 연기의 가장 키 포인트로 뒀다"라고 밝혔다.
정지훈(비)은 파일럿에서도 1% 밖에 안 된다는 테스트를 성공하며 허벅지 실핏줄이 다 터졌고, 유준상은 전투기를 타기 20~30분 전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지갑 속 아들 사진을 보기도 했다. 김성수 역시 원형탈모가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겪었다. 배우로서 정말 대단하고, 잊지못할 추억이자 경험이다.
"구석에서 아들 사진을 꺼내 보는 준상이 형한테 '아, 형 뭐하는 거야!?'라고 막 그랬죠. 그랬더니 형이 '아, 성수야 그냥 보는거야' 이러더라고요. 그런데 정말로 전투기를 타기 전에 여러가지 복합 미묘한 감정이 생겨요. 실제로도 파일럿들이 아침에 나갈 때 가족들한테 인사를 하고 나간다고 해요.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죠. 정말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전투기가 재미있지는 않았냐고요? 지훈이는 전투기를 타고 '우와, 내스타일!이야' 이랬지만, 전 솔직히 다시 타고 싶지는 않네요. 하하."
nyc@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