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떡해’, 류현진의 아까운 호투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23 21: 32

150km대 광속구도 던졌고 130km대 중후반으로 예리하게 꺾이는 서클 체인지업도 던졌다. 무엇보다 볼을 남발하지 않고 빠른 템포로 공격적이고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는 점에서 에이스다운 면모가 돋보였다. 그런데 졌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이자 국내 최고 좌완 중 한 명인 류현진(25)은 어떻게 해야 하나.
류현진은 23일 문학 SK전에 선발로 나서 7⅔이닝 동안 8피안타(탈삼진 9개, 사사구 1개) 5실점 2자책 호투로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으나 시즌 8패(5승)째를 당했다. 최고 구속은 150km에 서클 체인지업도 자주 섞어 던진 류현진. 이날 올 시즌을 끝으로 해외 포스팅 시스템 입찰 이적이 가능해지는 류현진의 공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팀인 디트로이트와 내셔널리그팀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가 자리했고 일본 퍼시픽리그 오릭스 스카우트도 문학을 찾았다.
특히 디트로이트는 아시아 총괄 스카우트가 전날(22일) 윤석민(KIA)의 투구를 광주에서 체크한 데 이어 인천으로 올라와 류현진의 공을 직접 지켜봤다. 무엇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위력을 발산했던 투수인 만큼 확실하게 체크해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스카우트들의 기대에 걸맞게 좋은 투구를 보여준 류현진이다. 그러나 실책 2개에 결정적인 순간 주루사와 견제사가 겹치며 류현진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선제 결승타가 된 2회 박진만의 2타점 좌중간 안타는 내외야진이 서로 콜플레이 없이 누가 잡을 지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다 결국 그라운드로 떨어지는 안타가 되었다. 사실상의 수비 실책이었다.
5회에는 중견수 추승우가 박재상의 좌중간 2루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이없이 중계 수비가 빈 곳으로 송구했다. 그 사이 박재상은 3루까지 도달했고 최정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 3득점 째로 이어졌다. 8회말에는 이호준의 2루 땅볼 때 2루수 전현태의 송구가 빗나가며 주자는 물론 타자주자도 살려줬다. 악송구가 살려준 주자는 박정권의 우전 안타 때 모두 홈을 밟았다.
수비만 안 좋았던 것이 아니다. 6회초 무사 만루에서 이대수의 1타점 좌전 안타가 터졌을 때 2루 주자 장성호는 3루를 거쳐 홈까지 뛰었다. 20대 시절에도 그리 빠른 주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장성호는 좌익수 박재상의 송구에 그대로 태그아웃되었다.
7회에는 이여상 타석 1사 1,3루에서 딜레이드 스틸이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3루 주자 정범모가 머물렀던 반면 정범모의 대시를 기대하고 느릿느릿 2루로 향했던 오선진은 베이스를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태그아웃되었다. 8회초에는 김태균 타석에서 1루에 있던 장성호가 좌완 박희수의 견제구에 아웃되고 말았다. 역전승 희망의 끈을 스스로 끊는 듯한 어이없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투수는 야수의 도움 없이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상호보완이 되지 않으면 에이스는 눈물 흘릴 뿐이다. 류현진의 공을 보러 온 빅리그 스카우트들은 한화 야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어떻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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