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도 너무 닮았다.
2012년 한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하위는 한화 이글스와 오릭스 버팔로스다. 한화는 39승62패2무 승률 3할8푼6리로 부동의 최하위이고, 오릭스도 42승58패9무 승률 4할2푼으로 퍼시픽리그 맨밑에 위치해있다. 센트럴리그에 오릭스보다 승률 낮은 팀으로 한신 타이거즈와 요코하마 DeNA가 있지만, 시즌 전 기대치를 고려하면 오릭스의 최하위 전전이 훨씬 더 임팩트 크다. 한화와 오릭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부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 감독 계약 마지막 해

올해 한화와 오릭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시즌 준비했다. 한대화 감독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 모두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로 반드시 성적을 내야하는 부담이 컸다. 1~2년차에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비시즌 전력 보강이 이뤄졌다. 한화는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을 데려오는 기염을 토했고, 오릭스는 이대호를 비롯해 이가와 게이, 쉬밍지에, 다카하시 신지 등을 영입하며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다. 지난해 한화는 공동 6위, 오릭스는 4위였지만 당장 포스트시즌은 물론 구단 내부에서는 우승까지 눈높이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기대는 고스란히 부담이 돼 선수들을 억눌렀다. 공수주에서 난조를 보였고,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한대화 감독과 오카다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도 낮아졌다.
▲ 에이스들의 불운
추락하는 팀에서 에이스들은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한화 류현진은 21경기에서 5승8패 평균자책점 3.20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6위, 탈삼진 1위(162개), 토종 투수 최다 퀄리티 스타트(16경기)로 분투하고 있으나 고작 5승에 그치고 있다. 팀 타선과 수비가 그를 전혀 지원하지 못했다. 오릭스는 에이스 가네코 치히로가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됐다. 대신 기사누키 히로키가 팀 내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 9위(2.59)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4승7패로 승보다 패가 더 많다. 물론 류현진과 기사누키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한화 김혁민은 평균자책점 3.66에 퀄리티 스타트 11경기에도 6승7패에 그치고 있다. 오릭스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도 11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6경기 포함 평균자책점 3.09로 호투했으나 아직 승리없이 5패만 기록 중이다.
▲ FA 불펜 영입 실패
올해 한화와 오릭스가 알짜배기 영입으로 기대한 선수가 바로 특급 불펜투수였다. 한화는 송신영, 오릭스는 쉬밍지에를 FA로 영입하며 불펜 고민을 덜 것으로 기대됐다. 두 투수는 수년간 검증된 투수들이었다. 특히 지난해 최고의 시즌 보냈다. 송신영은 넥센-LG에서 3승3패19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24로 펄펄 날았고, 쉬밍지에도 세이부에서 6승2패1세이브22홀드 평균자책점 1.98로 맹위를 떨쳤다. 나란히 새 팀에서 필승 계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에 두 선수 모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버렸다. 송신영은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57에 그쳤고, 쉬밍지에는 1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7.23으로 무너졌다. 가장 알짜배기 영입으로 기대된 핵심 구원투수들이 무너지며 불펜 전체 흔들렸다. 쉽게 예상치 못한 실패였다.
▲ 주장들의 부진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들의 부진도 빼닮았다. 한화 한상훈과 오릭스는 고토 미쓰타카는 모두 우투좌타로 주 포지션도 2루로 같다. 나란히 팀의 주장을 맡을 정도로 선수단에서 신망이 두터운 존재들이다. 지난해 한상훈(0.269)과 고토(0.312) 모두 데뷔 후 최고 타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당연히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올해 깊은 부진에 빠지며 2군행을 경험하는 등 주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한상훈은 타율이 2할2푼4리로 지난해보다 4푼5리가 떨어졌다. 볼넷 42개를 얻어내 출루율은 3할4푼8리지만, 당초 기대한 테이블세터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토도 올해 타율이 2할4푼5리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무려 6푼7리가 떨어친 수치. 오카다 감독의 믿음 아래 붙박이 3번타자로 중용됐지만, 4번타자 이대호 바로 앞에서 찬스만 끊어먹기를 반복했다.
▲ 고군분투 4번타자
그래도 믿을 구석은 있다. 바로 4번타자들이다. 1982년생 동갑내기 김태균과 이대호는 한화와 오릭스를 외로이 이끄는 부동의 4번타자들이다. 그들마저 없었더라면 정말 끔찍한 시즌이 될 뻔했다. 김태균은 국내 복귀 첫 해 타율(0.389)·안타(125개)·출루율(0.491)·장타율(0.592) 등 무려 4개 부문에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2위와 역대 최다차 타격왕을 눈앞에 둘 정도로 독보적인 페이스. 이대호도 일본 진출 첫 해부터 홈런(20개)·타점(74점)·장타율(0.504) 3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 타자로는 재일동포 장훈 이후 처음 일본프로야구 다관왕을 노린다. 김태균은 2007년 KIA 이현곤에 이어 사상 2번째 최하위팀 타격왕, 이대호는 양대리그제 실시 이후 사상 6번째 최하위팀 타점왕을 노리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집중견제에도 흔들리지 않고 거둔 성적이라 대단하고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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