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밖에 없었다.
'괴물 에이스' 한화 류현진(25)에게 이제는 불운이 아니라 일상이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문학 SK전에서 7⅔이닝 8피안타 1사구 9탈삼진 5실점(2자책)으로 역투했으나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시즌 8패(5승)째를 당했다. 이날 한화 타선은 고작 2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수비였다. 공식 기록된 실책 2개 외에도 수비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공식 실책으로 기록된 건 5회 중견수 추승우, 8회 2루수 전현태의 송구 실책이었다. 두 선수의 실책 이후 류현진은 곧바로 실점했다. 5회 박재상은 2루타를 치고 중계 플레이 때 나온 추승우의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했고, 최정의 중견수 뜬공은 희생플라이가 됐다. 8회 1사 1루에서 이호준의 병살타성 땅볼은 2루수 전현태의 악송구로 인해 졸지에 1사 2·3루 위기 상황으로 돌변했고 결국 박정권의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모두 비자책점. 실책이 아니었다면 실점이 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올해 류현진의 불운은 단순히 득점 지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무득점 4경기, 1득점 6경기, 2득점 3경기로 21경기 중 13경기가 2득점 이하 지원인데 그에 못지않게 수비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한화 수비는 9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감안하면 류현진이 감내해야 할 몫은 가혹했다. 이날 삼진 9개를 잡으며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제 사실상 10승도 멀어졌다. 한화의 페넌트레이스 잔여경기가 30경기인데 최대 8차례 정도 등판이 가능하다. 5승을 거둬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 데뷔 첫 해부터 이어온 두 자릿수 연속 승리가 6년에서 마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통산 승수도 94승에서 제자리걸음, 100승 달성도 올해는 힘들어졌다.
그래도 류현진이 도전하는 기록이 있다. 바로 200탈삼진이다. 올해 21경기·137⅔이닝 동안 류현진은 16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쉐인 유먼(롯데·119개)에 무려 43개차로 앞서있어 타이틀은 따놓은 당상. 9이닝당 탈삼진 10.6개는 개인 최고 기록이었던 2006년(9.1개)을 넘어서는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타나는 대목.
지금 페이스라면 200탈삼진 달성도 가능하다. 경기당 평균 삼진이 7.7개인데 최소 6경기에서 46개를 추가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200탈삼진이 가능하다. 수비의 도움 필요 없이 투수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가장 달성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의 마지막 200탈삼진은 류현진 본인이 2006년 기록한 204개. 역대 11차례, 8명만 달성한 기록으로 최근 5년간 200탈삼진의 벽은 깨지지 않았다. 류현진이 앞으로 최대 8경기에 등판할 경우 1984년 롯데 최동원의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에도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탈삼진왕 중에서 시즌 10승 달성하지 못한 투수는 한명도 없었다. 1999년 현대 김수경이 역대 탈삼진왕 중에서 최소 승수였는데 그마저도 10승을 올렸다. 올해 류현진은 최초의 10승 미만 탈삼진왕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러모로 2012년의 류현진은 참 불운한 투수로 기억될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