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숨겨놓은 투수는 누가 될 것인가.
삼성은 지난 주말 잠실 두산 3연전 스윕을 통해 1위 수성의 큰 고비를 넘겼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지난 주말 두산 3연전을 잡은 게 컸다. 롯데와 몇 경기가 남았지만 기본적으로 2위권 팀들과 맞대결이 적기 때문에 우리가 1위를 차지하는데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본다”고 우승을 향한 칠부능선을 넘었음을 밝혔다.
물론 팀 별로 30경기가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2위권과 4.5경기 차를 이루고 있는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점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5위와 9경기 차이인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그런지 류 감독의 시선은 이미 포스트시즌에 맞춰있는 듯싶었다.

류 감독은 2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벌써부터 포스트시즌 투수 운용법을 밝히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잘 하기 위해서는 선발투수 뒤에 나오는 두 번째 투수가 강해야한다”며 “기본적으로 1, 2, 3 선발투수를 구성하고 그 뒤에 선발투수 못지않은 좋은 투수를 투입한다면 시리즈를 가져가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예를 들면서 “작년에는 (차)우찬이가 두 번째 투수로 올라갔는데 그 때 볼이 정말 좋았다. 우찬이 덕분에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을 수 있었다”면서 “왜 이제는 그런 볼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답답할 테고 나는 안타깝다”고 당시와 올 시즌 고전하는 차우찬을 비교했다.
2010시즌 10승 2패 평균자책점 2.14로 향후 삼성의 미래를 이끌 좌완에이스로 떠오른 차우찬(25)은 2011시즌에는 10승 6패 평균자책점 3.69로 다소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차우찬은 2011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투수 덕 매티스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무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차우찬은 직구 하나로만 상대 팀인 SK 타선을 완벽히 압도하며 마운드를 지배했었다.

한국시리즈 기선제압에 일등공신이 된 차우찬은 1차전 MVP에 올랐다. 그리고 삼성이 우승을 결정지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7이닝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마지막 5차전의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은 히든카드 차우찬 전략이 완벽히 적중했고 반대로 상대팀 SK는 차우찬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며 2연패에 실패했다.
하지만 류 감독이 말한 것처럼 현재의 차우찬에게 포스트시즌 히든카드를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차우찬은 최근 2군 등판 결과도 좋지 못하다. 특히 8월 7일 넥센전에선 4이닝 9실점으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올 시즌 1군 평균자책점 역시 6.47로 보완이 필요하다. 분명히 지금 컨디션으로는 절대 한국시리즈 히든카드가 되지 못한다.
물론 차우찬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작년처럼 부활할 수도 있다. 비록 늦었지만 이번에도 한국시리즈를 통해 깜짝 컴백을 이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차우찬을 제외한다면 지난 포스트시즌 두 번째 히든카드로 썼던 정인욱이라든지 아니면 5명의 선발투수 중 1, 2명이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어쨌든 류 감독이 포스트시즌 투수 운용법을 밝힌 만큼, 삼성이 오는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투수를 히든카드로 선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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