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마동석, "제가 아니면 누가 건달을 하겠어요?"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8.25 09: 20

배우 마동석이 다시한 번 본인의 진가를 발휘한다. 22일 개봉해 흥행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이웃사람'(김휘 감독)을 통해서다. 거칠지만 기대고 싶고, 불안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원작 웹툰 속 건달 형모는 배우 마동석을 만나 생생하게 살아났다. 9월, 관객들이 기대고 싶은 남자로 돌아온 마동석이다.
"(영화와 캐릭터 반응이 좋다)처음에는 너무 좋아서 '이게 진짜인가?'란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하. 안형모는 실제 건달처럼 무섭기만 하지 않고 유머도 있으면서, 나올 때마다 기다리게 되는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방향을 잡았죠.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도 느끼게 해주고 든든함을 느끼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죠. 어차피 안형모란 사람이 악인을 응징하는 히어로가 되는데 일부러 너무 멋있게 보이려고 하지 말자, 웃기기도 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웃어주고 통쾌하게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목표는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관객들은 약하디 약한 여선(김새론)에게 몹쓸 짓을 한 연쇄살인범 승혁(김성균)을 제지할 수 있는 단 한명의 인물 형모를 러닝타임 내내 기다리게 된다. 특히 후반부 마동석이 경찰서에서 탈출(?)해 멘션으로 뛰어가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을 완전히 몰입시킨다.

처음에는 그가 원양어선 승혁 역을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구성목 대표('이웃사람' 제작사 대표)와 감독님과 처음에 얘기를 나눌 때, 나를 살인범으로 하거나 안형모를 하거나 둘 중으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전체적인 다수의 의견이 살인범을 좀 더 새로운 얼굴을 하는 게 신선하겠다는 쪽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인범을 하면 누가 그렇게 나를 때리겠나, 실제 같지가 않아서 안 된다란 말이 나왔다. 사실 맞는 얘기다"라고 영화 뒷얘기도 들려줬다.
'이웃사람'은 집단 주인공 영화임에도 등장인물들이 긴밀한 관계를 맺는 다거나 자주 마주치고 어떤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 점이 이 영화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점이다. 배우들끼리도 서로 서로 얼굴을 제대로 못 봣겠다는 말에 그는 "맞다. 배우들을 다 만나지 못하고 영화 속에서 가져가야 하는 밸런스들을 감독이랑만 맞춰 나가야 하는 어려움과 고민도 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다른 배우들이 너무 궁금하더라. 개봉을 앞두고 무대인사를 하면서 친해지고 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건달 형모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다. 최근 그가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은 '퍼펙트 게임'의 야구선수 박만수와 비교해보더라도 180도 다른 배역이다.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그다.
"강풀 작가와 만나 얘기를 했는데, 이 역할이 굉장히 좋았어요. 감동을 주거나 웃음을 크게 주거나 또는 통쾌함을 주거나 하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형모 안에는 그런 게 다 있더라고요. 구성목 대표와는 '통증'도 같이 했어요. 기획력이 있고 아이디어가 많고 뚝심이 있는 사람이라 아이디어 회의를 같이 많이 해요. 함께 상의하며 일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죠."
영화 속 무뚝뚝하고 남의 일에는 관심이 전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형모가 수연(김새론)과 살짝 우정(?)을 나누는 장면은 따뜻하다. 유일하게 형모의 웃음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동석과 김새론.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조합은 또 다른 보는 재미를 낳는다.
"새론이는 정말 연기를 너무 잘 해요. 원래 어린이가 연기를 귀신같이 하면 좀 너무 어른 같아 징그럽잖아요. 그런데 새론이는 안 그래요. 밝고 털털하고 마냥 해맑은데, 영화 촬영할 땐 집중도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요. 쇼케이스 하는데 제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치고 있었나봐요. 그런데 그걸 똑같이 따라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손가락을 다르게 행동하며 장난을 쳤는데, 그걸 또 똑같이 따라하고요. 제가 '따라쟁이'라고 놀렸어요. 새론이가 20~30대 배우가 되면 어떨까 궁금해요."
마동석은 선배 배우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국영화계 남자 선배들이 활동 가능한 연령층을 높여줬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후배들의 활동 폭 역시 넓어졌다는 것이 그가 감사함을 느끼는 이유다.
"김윤석 형도 존경하고, 최민식 송강호 황정민 형들, 정말 최고라는 불리는 배우들이 그렇게 칭찬받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이 선배들이 연령층도 확 높여줬죠. 저 같은 경우 30살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이제 42살 됐는데, 노인 역할밖에 할 수 없다거나 어떤 한계가 있으면 굉장히 아쉬울 것 아니에요. 아직도 더 할 게 많이 있다는 게 감사하죠.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는 '운동선수 출신' 연기자로 외모나 사람들의 편견이 두려워 배우의 꿈을 접는 사람들이 있다면, 본인을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단순하고 액션적으로만 생각하고, 어떤 강한 역할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난 섬세한 연기도 할 수 있고, 캐릭터에 따라 몸도 만들 수 있다. 배우로서 운동한 사람은 다양한 역을 맡는 데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고 사실 많이 개의치도 않았다. '그냥 운동을 계속 하지 그래?'란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만약 배우를 꿈꾸는 어떤 분이 뭔가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제 주연급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그다. 저 멀리 드라마 '히트'까지 내려가지 않더라도 최근 필모그래피 '통증', '심야의 FM',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을 살퍼보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배역에 관심이 많고 변신이 유연한 지 알 수 있다. '이웃사람'의 메시지는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멋있고 선량한 사람이 악인을 응징하는 건 당연해도, 우리에게도 소외되고 싫어하는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을 응징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좀 더 다른 쾌감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형모가 승혁을 때리는 장면은 그렇기에 상대방이 더욱 주눅들거나 치욕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액션을 짰다. 작품에 따라 몸 사이즈도 조절하는데, 체중 조절보다 캐릭터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까가 더 무섭고 힘들다는 그다.
"역할에 내가 잘 녹아들 수 있다면 튀는 역이든 임팩트가 있든 은근슬쩍 맛을 내는 캐릭터든, 아니면 주연연이든 조연이든 전혀 상관이 없어요. 사실 시나리오 상 캐릭터가 작은 데 그게 주인공보다 더 땡길 때가 있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그럴겁니다. 제가 재미있게 느끼는 것을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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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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