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서건창(23)이 친구와 맞붙은 감독을 흐뭇케 했다.
지난 24일 넥센은 목동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이었다. 이때 김시진(54) 넥센 감독이 앉아 있는 3루 덕아웃에 이날의 적장이자 오랜 친구인 이만수(54) SK 감독이 찾아왔다.
김 감독은 이 감독에게 "7연승 하더니 얼굴이 피었다. 나는 영 아니다"라며 농담 섞인 축하를 건넸고 이 감독은 쑥스럽게 웃었다. 이후 두 감독은 이런저런 안부를 건네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훈련 중인 넥센 타자들을 바라보다 "저 선수가 탐이 난다"고 지목했다. 올해 넥센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서건창이었다. 최근 부진하기는 하지만 해줘야 할 때 제몫을 하는 선수를 타팀 감독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대응했다. "트레이드 할래? 최정이랑". 이 감독은 바로 "가만히 있을게"라며 꼬리를 내렸다. 김 감독은 다시 "탐나면 이야기 해. 서건창은 못 쳐도 투수가 공을 6~7개씩 던지게 하는 선수다"라며 제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2번 겸 2루수로 나선 서건창은 두 번째 타석인 2회 SK 선발 채병룡으로부터 7개의 공을 골라낸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5회에는 무려 10개의 공을 던지게 만든 뒤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기어코 1-1이었던 8회 초구를 공략해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서건창은 한때 3할을 넘기며 신인왕이 확정된 것 같은 평가를 받았다. 본인도 "초반 성적이 좋아 나도 모르게 욕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동안 부진을 겪은 뒤 다시 초심을 되찾고 있다. 그 모습에 함께 웃은 것은 팀, 그리고 제자 자랑을 늘어놨던 감독이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