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속 호투' 최대성, "내 임무는 위기 탈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26 07: 01

25일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최대성을 그대로 밀고 갔어야 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는 승부처에서 불펜투수에게 한 이닝을 맡기기보다 여러 명이 나눠서 등판하는 '물량공세'를 펼친다. 정대현의 합류로 불펜에서 등판을 지시할 선택지가 늘어났고, 좌-우타자에 따라 맞춤식 등판을 한다. 그래서 한 이닝에 2~3명의 투수를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런 롯데의 불펜 운영은 간혹 실패로 돌아가기도 한다. 24일 사직 두산전에선 정대현-최대성-김성배를 한 이닝에 쓰고도 9회 결승점을 허용했다. 롯데는 0-0으로 맞선 9회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1사 후 오재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여기에 중견수 전준우의 실책이 겹쳐 2루까지 주자를 내보냈다. 두산은 대타로 좌타자 최주환을 냈고, 그러자 롯데는 최대성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최대성은 중견수 앞 짧은 안타를 맞았고, 홈에서 대주자 허경민이 잡혀 2사 2루로 카운트만 하나 추가됐다. 롯데 벤치에선 오재원을 고의4구로 거르고 최재훈과의 승부를 선택했다.

최재훈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며 방망이 침묵이 길어지고 있던 상황, 하지만 5회 안타를 기록해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롯데는 최대성을 밀고 나가는 대신 김성배로 다시 투수를 교체했다. 한 타자만 막으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교체는 독이 됐는데 김성배의 실투를 최재훈이 놓치지 않고 좌익선상 결승 2루타로 연결시킨 것이다.
하루 만에 비슷한 상황이 8회 펼쳐졌다. 롯데는 선발 쉐인 유먼이 7회까지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 2-0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먼은 8회 1사 후 갑자기 제구 난조를 드러내며 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김현수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스코어는 2-1로 추격을 허용하고, 주자는 1사 1,2루가 됐다. 두산은 중심타선으로 연결돼 자칫 경기막판 역전을 허용할 위기였다.
여기서 양 감독은 최대성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경기 전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번엔 끝까지 최대성을 믿었다. 최대성은 4번 윤석민을 내야 플라이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5번 최준석에게 볼넷을 허용,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 들어선 건 이원석, 우타자를 상대로 정대현과 김성배 등 잠수함 투수 두 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대로 최대성에 맡겼다. 그리고 최대성은 슬라이더로 이원석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밝힌 최대성의 말에 따르면 최준석에 볼넷을 허용한 것부터 염두에 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일단 최준석이 직구를 노릴 것이라고 생각해 어렵게 승부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대성의 구종은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로 사실상 2개의 공으로 타자를 승부한다. 한 방이 있는 최준석이 노림수를 갖고 들어오는 걸 경계했다는 뜻이다.
이어 최대성은 "처음부터 이원석과 승부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원석도 직구 위주로 승부를 했다. 직구 컨디션이 좋아서 유리한 승부를 이끌었고, 마지막 (헛스윙을 유도한)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고 만족했다.
최근 최대성은 마운드에 올라 주로 짧은 이닝을 소화한다. 이날 경기를 포함, 최근 3경기에서 ⅔이닝, ⅓이닝, ⅔이닝을 각각 소화했다. 때문에 그는 "어제(24일)랑 오늘이랑 상황이 조금 달랐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내 임무는 어려운 상황에 올라가서 이닝을 충실하게 소화하는 것이다.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최대성은 복귀 첫 시즌부터 기대 이상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보완할 점은 있지만 무려 59경기에 등판, 5승 6패 14홀드 1세이브를 거두고 있는 건 분명 팀에는 생각지 못한 플러스 요인이다. 자신감을 되찾은 최대성이 시즌 막판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내년에는 더욱 발전된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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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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