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을 모르는 집념이었다.
지난 25일 대전구장. 승부가 10-1 KIA 쪽으로 기운 8회초 1번타자 이용규(27)가 한화 투수 안영진과 무려 12구까지 끌고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홧김에 타석에서 배트를 내려 찍은 이용규는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아예 배트를 집어던졌다. 3루측 원정 온 KIA 팬들은 그의 근성에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어 다시 돌아온 9회 7번째 타석에서 이용규는 좌완 박정진을 상대로 보란듯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시즌 3번째 4안타 경기를 완성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이용규의 기백은 6타수 4안타 4득점이라는 기록 그 이상이었다. KIA는 시즌 최다 18안타를 폭발시키며 한화에 16-4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용규는 최근 6경기에서 20타수 1안타 타율 5푼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볼넷 5개를 골라냈을 뿐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2할8푼7리까지 올랐던 타율은 2할7푼4리까지 떨어졌다. 'LCK'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이 모두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이용규마저 공격 첨병 노릇을 하자 못하자 타선이 막혔다.
그래서일까. 이날 이용규는 작심한듯 공격적으로, 끈질기게 승부했다. 1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김혁민을 상대로 2구 만에 우전 안타를 터뜨렸고, 6회에는 양훈을 상대로 2루 쪽 깊숙한 내야 안타를 때렸다. 7회에는 좌완 마일영으로부터 3~7구 5연속 파울 커트 이후 8구째를 받아쳐 좌중간 가르는 2루타로 연결시켰다. 8회 안영진에게 삼진을 당했지만 7차례 파울과 12구 승부로 무서운 근성을 보여줬다.
이용규는 "최근에 출루를 의식하다 보니 공을 기다리는 게 많았다. 오늘(25일)은 적극적으로 공격하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며 배트를 던진 것에 대해 "다른 의미는 없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자책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3안타를 치고도 만족을 몰랐던 그는 기어이 4안타를 치며 타율을 단숨에 2할8푼으로 끌어올렸다. 스스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고 말한 바로 그 타율. 만족을 모르는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시즌 74득점으로 이승엽(삼성·72점)을 제치고 이 부문 1위 복귀한 이용규는 도루도 34개로 1위를 지키고 있다. 2006년 최다안타(154개) 이후 6년만의 개인 타이틀이 눈앞. 하지만 그는 "지금은 타이틀을 생각하지 않는다. 시즌 마지막 5경기까지 이 페이스를 유지한 뒤 생각해 보겠다"며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이용규의 KIA는 4위 두산에 3경기차 뒤진 5위에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