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최근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타격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두산의 방망이는 부산에 내려와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롯데와의 경기에서 2번 연속 1득점에 그친 가운데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타선 침묵에 선발 투수들은 승리를 못 쌓고 있다. 올해 두산을 떠받치는 힘은 뛰어난 선발진이다. 두산 선발진의 시즌 퀄리티스타트는 62회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삼성(51번)보다 훨씬 앞선다. 그에 반해 팀 순위는 4위, 55승 49패를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경기보다 승리가 적은 것이다.
지난 2주간 두산은 8경기에서 11득점에 그치고 있으며 홈런도 단 한 개 뿐이다. 2승 6패를 당한 두산은 한때 삼성을 1.5게임 차까지 압박했지만 지금은 6게임 뒤진 4위에 머물러 있다.

▲ 류현진만 불운? 이용찬도 그에 못지않다
이용찬은 25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8이닝 7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타선은 다시 이용찬을 외면했다. 이날 두산 타선은 단 1득점에 그치며 에이스의 호투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이날 경기로 이용찬의 시즌 성적은 21경기 9승 9패 평균자책점 2.92가 됐다. 시즌 퀄리티스타트는 14회, 그런 그에게 시즌 9승은 가혹해 보이기까지 하다. 등판할 때마다 6⅓이닝 이상 꾸준히 소화해 주는 이용찬이지만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결국 호투를 펼친 이용찬에게 돌아온 건 시즌 두 번째 완투패라는 가혹한 결과였다.
시즌 5승에 머물러있는 류현진도 불운하지만 이용찬도 그에 못지않다. 이용찬의 평균자책점 순위는 3위다. 시즌 9승으로 데뷔 후 최다승을 올리고 있지만 9패를 당하며 최다패 투수라는 불명예도 함께 짊어지고 있다. 이용찬 경기에서 유독 팀 타선은 터지지 않는다. 이용찬이 마운드에 있을 때 두산 타자들이 뽑아 준 득점의 평균은 1.86점, 9이닝으로 환산하면 2.71점이 된다. 즉 이용찬이 3점 이상만 내주면 패배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이용찬이 등판했을 때 무득점을 기록한 게 5경기, 1득점을 기록한 게 5경기다. 등판한 경기 가운데 절반이 1득점 이하라는 뜻이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도 계속 무실점을 기록할 수는 없다. 또한 이용찬은 한 번도 시원한 득점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올해 이용찬 등판경기에서 두산 타자들이 가장 많은 점수를 낸 건 '5점' 이다.
▲ 2주째 침묵하는 두산 타선, 일시적 현상?
올해 두산의 득점력은 리그 중간 급이다. 팀 타율 2할6푼1리로 4위, 경기당 4.11득점으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 홈런은 43개로 전체 7위에 머물고 있지만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득점권 타율 2할9푼3리가 이를 말해준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권 타율이다.
문제는 장타다. 장타가 부족하니 꾸준한 득점이 힘들다. 득점이 안 나올 때 가장 확실한 건 큰 것 한 방이다. 두산의 시즌 장타율은 3할5푼2리로 7위, 안타수 대비 장타는 2할3푼으로 최하위다. 또한 OPS는 0.678로 이 역시 가장 낮다. 장타를 잃어버리며 득점을 올릴 기회 자체가 줄었다.
최근 2주간 두산의 득점빈곤은 심각하다. 8경기에서 단 11득점에 그치고 있다. 경기당 평균 1.38점만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성적이 좋을 수 없다. 2승 6패라는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승리를 거둔 2경기도 모두 한 점차 승부였다. 윤석민의 끝내기포로 이긴 23일 잠실 넥센전은 3-2, 24일 사직 롯데전은 1-0 신승이었다. 매 경기 득점이 부족하다 보니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배가된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타선에는 사이클이 있다. 지금이 최저점이라고 생각한다. 투수들이 잘 던져줘 다행"이라고 말한 가운데 투수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김선우는 17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됐고 니퍼트도 다음 날 6이닝 3실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패전을 떠안았다. 노경은도 22일 잠실 넥센전에서 5⅓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타선 침묵이라고는 하지만 길어진다면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기운 잃은 곰 방망이가 언제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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