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10승’ 배영수, “내가 봐도 인간승리 같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26 20: 00

영광의 순간 뒤에는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오른쪽 팔꿈치와 팀 우승을 바꿨지만 그 대가는 너무 컸다. 지난 7년 동안 에이스 투수에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하는 평범한 투수가 됐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부활을 이뤄냈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31)가 26일 잠실 LG전에서 7년 만에 10승·통산 100승·통산 1000 탈삼진의 위업을 한 번에 달성했다. 140km 초중반대를 형성한 직구는 LG 타자들의 몸쪽을 예리하게 파고들었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5회까지 단 한 차례도 득점권에 주자를 허용치 않는 철벽투를 펼쳤다. 배영수가 7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삼성은 LG에 11-2 대승을 거뒀다.
시작부터 좋았다. 배영수는 1회말 첫 타자 오지환을 바깥쪽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 역대 23번째 통산 1000탈삼진을 달성했다. 이어 서동욱을 몸쪽 직구로 2루 플라이, 박용택을 몸쪽 슬라이더로 1루 땅볼 처리하며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3회말까지 단 9명의 타자를 상대한 배영수는 6회말 2사 2루 위기에선 박용택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타자들의 지원도 화끈했다. 삼성 타자들은 돌아온 에이스의 대기록 달성을 위해 1회부터 쉬지 않고 점수를 뽑아 경기 중반에 이미 승부를 결정지었다. 1회초 박석민의 희생플라이를 시작으로 2회초 배영섭의 적시타, 3회초 최형우의 이지영이 3타점을 합작하며 LG를 따돌렸다. 4회초에는 이승엽이 3타점 2루타를 날려 조기에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배영수는 “내가 봐도 인간승리 같다”고 웃으며 “2009년 한 창 안 좋을 때 전력 피칭을 해도 128km가 나왔다. 당시 포기할까 생각했는데 다시 10승을 해서 기쁘다”고 7년 만에 10승을 달성한 소감을 밝혔다.
1000탈삼진에 대해서는 “잡고 나니까 1000탈삼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경기를 마치고 나니까 감격스럽고 너무 돌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경기 전 불펜에서는 긴장도 많이하고 안 좋았다. 그러나 마운드에 올라가니 집중이 됐고 초반에 타자들이 점수를 내줘서 편했다. 완봉 욕심도 있었지만 다음 투수들도 건재한 만큼 내려왔다”고 감격스러웠던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배영수는 “100승으로 대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기쁘다. 이제는 나이가 있는 만큼 돌아가지 말고 이를 계기로 쭉 가고 싶다”면서 “그동안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와이프와 딸이 큰 도움이 됐다. 송삼봉 단장님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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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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