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2, 고려대)의 아이스쇼는 끝났다. 적어도 2012년 한 해 동안 다시 김연아의 아이스쇼를 볼 일은 없게 됐다.
김연아는 지난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SⅢ★스마트에어컨Q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2 마지막날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특유의 여유와 완성미가 더해진 이날 공연은 올 해 마지막이 될 김연아의 아이스쇼를 보기 위한 이들로 만석이었다. 팬들은 1만 여 석의 객석을 꽉 채우며 매진을 기록했고 김연아 역시 이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피겨판 신사의 품격' 4인방과 함께 선보인 '올 오브 미'로 1부를 장식한 김연아는 '록산느의 탱고'로 자신의 복귀를 기다려온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번 아이스쇼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록산느의 탱고'였다. 시니어 데뷔의 시작을 함께 했던 곡인 '록산느의 탱고'로 아이스쇼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운 김연아는 5년 전의 소녀에서 고혹적인 여인으로 거듭난 자신의 매력을 선보였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환상적이고 매혹적이었던 김연아의 아이스쇼는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매년 계속해왔던 아이스쇼지만 이번 아이스쇼는 김연아에게 특별한 기회가 될 듯하다. 자신의 갈라 프로그램으로 시니어 무대 데뷔곡인 '록산느의 탱고'를 선택한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를 하나의 기점으로 삼은 것만은 분명하다. 현역 복귀를 선언한 후 가진 이번 아이스쇼를 통해 김연아는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잃었을까.
김연아가 얻은 것은 자신감이다. 김연아가 자신의 두 번째 갈라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록산느의 탱고'는 원래부터 갈라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쇼트 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를 그대로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의미심장했다. 경기에서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빠른 박자와 안무가 인상적인 이 곡은 2007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71.9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세계신기록의 기쁨을 안겨줬던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스쇼에서 선보인 '록산느의 탱고'는 그 자신이 "가급적 예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던 말 그대로였다.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대신 트리플 살코 단독점프를 넣기는 했지만 트리플 러츠와 이너바우어-더블 악셀로 이어지는 구성은 팬들에게 향수와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아이스쇼에서 고난이도의 기술을 연속으로 구사한 김연아는 마이크를 잡으며 힘든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현역 복귀를 선언한 김연아에게 있어 이번 아이스쇼는 오는 12월 있을 국제대회를 앞두고 점프를 시도해볼 수 있는 실전에 가장 가까운 기회였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다시 경기에 참가해서 고난도 점프를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점프는 실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3일 동안 계속된 공연에서 둘째날을 제외하고 점프를 모두 흔들림 없이 뛰었다. 마지막 날은 트리플 러츠를 여유롭게 소화하기 위해 공간을 남겨두고 뛰는 여유까지 보였다. 자신감이 붙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다. 여유와 안락함이다. 한 시즌을 쉬면서 김연아는 경쟁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털고 짧은 여유를 즐겼다. 쉬는 동안에도 훈련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경기를 뛰던 때보다는 여유롭고 안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역 복귀를 선언한 이상 김연아의 앞에는 혹독한 훈련만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쇼에 필요한 몸상태와 경기를 뛰기 위해 필요한 몸상태는 전혀 다르다"고 누차 강조해왔던 김연아는 아이스쇼가 끝나자마자 훈련량을 늘일 예정이다.
아이스쇼와 경기를 위해 하루 두 타임을 꽉 채워 스케이팅을 하고 체력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김연아는 "기진맥진할 정도로 훈련강도가 높다. 그런 훈련을 앞으로 더 힘들게 해야하는 상황이다. 롱프로그램도 여유롭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길러둬야만 경기에서 다 보여드릴 수 있다"며 잠시간 누렸던 여유와 안락함을 벗어던지고 다시 은반 위의 경쟁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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