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18일·16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시켰다. 이대호는 지난 26일 세이부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7회 오카모토 요스케의 2구째 가운데 낮은 127km의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지난 8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 20호 홈런 이후 17일·15경기 무홈런 침묵을 깬 한 방이었다.
특히 홈런 공동 1위로 따라붙은 경쟁자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가 지켜보는 앞에서 터뜨린 한 방이라 의미있었다. 이날 나카무라는 홈런을 생산하지 못했고 이대호는 하루 만에 단독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대호가 개막 16경기 연속 무홈런 이후 가장 긴 홈런 침묵을 깨고 대포를 재생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경기 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생각했다"며 홈런 상황을 설명한 뒤 "16경기만의 홈런이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회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발을 맞아 "엄청 아프다"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통증을 이겨내고 터뜨린 한 방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15경기 연속 무홈런을 지킨 지난 25일 경쟁자 나카무라가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이대호와 이 부문 공동 1위가 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대호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어차피 144경기 모두 끝나야 결정되는 것"이라며 타이틀을 의식하지 않고 남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대호의 오릭스는 나카무라의 세이부보다 3경기를 더 많이 치렀다. 나카무라가 이대호보다 3경기 더 많아 남아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30경기 이상 남겨둔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잔여경기가 홈런왕 싸움의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누가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06년(26개)·2010년(44개)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2회에 빛나는 이대호와 2008년(46개)·2009년(48개)·2011년(48개) 3차례나 퍼시픽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나카무라. 한국·일본을 대표하는 거포들의 전쟁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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