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8월이다. 최대 고비를 맞았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5승을 거둔 이후 4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만 떠안았다. 이 기간 매경기 4실점 이상 허용하는 등 20⅓이닝 동안 21실점을 내줬다. 최근 4경기 평균자책점 9.30. 4경기 연속 홈런을 맞는 등 피홈런 5개 포함 피안타율은 3할4푼1리다.
8월1일까지 시즌 첫 17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한 박찬호였다. 이 기간 동안 피안타율이 2할6푼3리에 불과했고 피홈런은 겨우 3개였다. 9이닝당 탈삼진 5.3개. 힘있는 공과 지저분한 볼끝이 통했다. 그러나 최근 4경기에서 잦은 피홈런과 연속 안타를 맞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첫 17경기 4.0개에서 최근 4경기 3.5개로 줄었으나 그만큼 자주 맞고 있다.

올해 1군 엔트리 말소 없이 꾸준히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박찬호는 그러나 후반기부터 몸 상태에 이상이 찾아왔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허리 통증을 일으켰고 지난 19일 대전 LG전을 마친 뒤에는 오른쪽 팔꿈치에 묵직함을 느끼며 일정을 뒤로 미룰까도 고민할 정도. 이 때문에 볼끝의 힘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자들이 박찬호의 공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상대 타자들이 찬호의 변화구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실제로 최근 박찬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끈질기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시즌 첫 17경기에서는 박찬호는 5구 이상 승부가 36.7%, 풀카운트 승부가 12.2%였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는 5구 이상 승부가 41.7%, 풀카운트 승부가 17.7%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타자들이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타자들의 파울 비율이 15.9%에서 17.8%에서 늘어났는데 특히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커트가 5.1%에서 9.8%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박찬호의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박찬호의 투구수도 많아졌다. 시즌 첫 17경기에서는 이닝당 투구수가 17.1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4경기에서는 19.1개로 2개가량 많아진 것이다. 박찬호의 변화구에 상대하는 타자들도 더 이상 쉽게 속지 않는다. 지난 26일 경기에서 KIA 타자들은 풀카운트 승부 5차례 포함 15차례나 5구 이상 승부를 벌였고, 무려 22개의 파울을 만들어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도 11개. 모두 시즌 최다 기록이다. 투구수가 늘어나자 5회를 고비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4경기 21실점 중 11실점이 5회에 나왔다. 1회 1점, 2회 4점, 3회 2점, 4회 2점. 6회 이후 실점은 1점으로 시즌 초반과 비교할 때 경기 초반 실점이 많아진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박찬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올 시즌 가장 높은 4.65까지 올랐다. 규정이닝 채운 투수 21명 중 19위. 8패도 최다패 그룹 9패와 1패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우리나이 불혹의 마흔 베테랑으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은 벤치를 고민스럽게 만든다. 과연 박찬호가 8월 최대의 고비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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