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처음으로 개막부터 풀타임 선발 활약 중이다. 데뷔 첫 두 번의 완투가 모두 8이닝 짜리 패배. 그러나 세부 기록과 경기 내용을 보면 그는 충분히 100% 이상의 활약 중이다. 두산 베어스의 젊은 우완 에이스가 된 이용찬(23)은 분명 바람직하게 자라고 있다.
이용찬은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8이닝 7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타선은 다시 이용찬을 외면했다. 이날 두산 타선은 단 1득점에 그치며 에이스의 호투를 전혀 도와주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롯데에 1-2로 패하고 말았다.
직구 구속은 145km로 2년 전 150km 이상을 손쉽게 던지던 마무리 시절보다 떨어졌다. "힘껏 던져도 148km 이상은 안 나오더라"라는 이용찬의 이야기. 대신 이용찬은 선배 김선우로부터 배운 변형 체인지업과 정명원 코치로부터 배운 포크볼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변화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25일 이용찬은 1회 김주찬을 상대로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모두 커브로 잡아 유리한 볼카운트를 먼저 이끄는 팔색조 투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19일 잠실 삼성전에서 '직구 아니면 포크볼'로 나선 삼성 타선을 상대로 2⅔이닝 동안 무려 7실점한 후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이용찬이다.
충분히 잘 했음에도 이용찬에게 원정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지난 5월 11일 광주 KIA전에서 윤석민과 맞대결을 펼친 이용찬은 8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상대가 더 강했다. 두산 타선은 윤석민에 가로막혀 무득점에 그치며 이용찬의 생애 첫 완투 경기를 패전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용찬의 올 시즌 원정경기 성적은 4승 7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원래 수더분한 성격의 이용찬이지만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부담도 큰 이용찬이다. 시즌 중반 잠시 승리 페이스가 주춤했을 때도 "씨스타 다솜 시구 지도 때만해도 진짜 좋았는데"라며 웃던 이용찬이다. 불운을 농으로 넘기려는 이용찬이지만 그만큼 간절하게 이기고도 싶다는 한 표현이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으니 슬럼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선발투수들이 대체로 제 몫을 하고 있음에도 승리를 선사하지 못하는 것은 팀으로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두산은 지난 11일 SK전에서 김선우의 7이닝 2실점 선발승 이후 16일 째 선발 투수들의 승리가 없다.
21경기 9승 9패 평균자책점 2.92(3위, 27일 현재)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4회로 전체 6위. 승운이 다소 떨어질 뿐 이용찬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김진욱 감독의 '잠실벌 젊은 에이스 만들기' 프로젝트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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