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베스트셀러 멘토링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서울대 교수(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는 우리 사회가 젊은 청춘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마음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젊은 청춘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방향을 주고, 또 희망을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그의 고민이다.
멘토링 에세이의 대표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200만 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작 ‘천 번을 흔들어야 어른이 된다’는 두 번째 에세이집이 나왔다. 한국 출판역사 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에 오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요즘도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 도서시장에 진출했고 태국 대만 이탈리아 네덜란드 브라질 일본 베트남 등의 시장도 넘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2월 출간 돼 최근 판매량 50만 부를 돌파했고 ‘중국 아마존닷컴’에서 16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출판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김난도 교수가 사회초년병들의 고민에 초점을 맞춘 ‘천 번을 흔들어야 어른이 된다’는 책을 냈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이다. 전작이 사회진출을 앞두고 대학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의 고민을 공유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책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삶과 생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이들이 고민의 주인공들이다.
일견, ‘천 번을 흔들어야 어른이 된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김 교수가 부제에서 지목한 ‘어른아이’들의 고민이 결국 ‘아파야 청춘인’ 그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난도 교수는 “우리 시대의 특징적 문제가 15~20세 사이 사춘기 때 겪어야 할 과정들이 대학입시에 치이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사춘기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성향들이 대학 시절에 폭발하면서 청춘의 아픔이 가중 되는 경향이 생겼는데 그 여파가 이어져 요즘 신입사원들은 대학생 때 끝냈어야 될 고민들을 회사 와서 한다”고 사회를 진단했다.
“내가 만나본 어떤 CEO가 이렇게 말하더라. 입사나 취직을 위해 혹독한 스펙 싸움을 하다 보니 응당 대학 시절에 했어야 할 고민들을 유예시키고 회사 와서 하고 있다고. 결혼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기에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해야 하는데 경제가 좋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충실한 가정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졌다. 여기에 자유로운 생활에의 욕구가 가미되면서 초혼 연령 늦어지고 있다. 이런 고민들은 제 때 해결돼야 할 문제가 연쇄적으로 유예되고 해결이 미뤄지고 있는 사회 현상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차라리 대학 때가 더 좋았다는 푸념이 나오는 세태다. 그러한 그들이 고민을 이야기 할 때 답을 주고자 하는 포지션에서 이 책을 썼다.”
실수하고 흔들릴 수 있는 청춘들에게 따사롭지 못한 사회의 시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젊은 세대를 위해 기성 세대들이 양보해주고 희생해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기성세대에게는 그러한 여유가 없다. 청춘들이 사회에 처음 진출하면 조직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학교라는 사회와 직장이라는 사회는 확연히 다른데, 회사라는 조직이 결코 만만한 조직이 아닌데, 그 안에서 적응하고 커나가려는 청춘들을 위해 아픔을 공감하고 용기와 격려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전했다.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젊은이들에게 조급하지 말고 멀리보라는 메시지를 줬다면 이 책에서 김 교수가 던지고 싶은 화두는 ‘성장’이다.
김 교수가 들려준 에피소드다. “어느 게임회사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뭐냐고 했더니 ‘성장 요소’라고 하더라. 성장의 요소를 갖춘 게임이 유저들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는 설명이었다. 여러 취미들 중에서도 등산, 마라톤, 골프, 당구 등이 왜 사람들로 하여금 격렬하게 빠져들게 할까 고민해 봤다. 이 종목들의 공통적 특징이 ‘자기 성장의 고민’이다. 자신의 성장을 점수나 기록으로 보니까 몰입할 수밖에.”
이직 문제로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는 이런 말을 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일이 많다거나, 직장 상사와 갈등이 있다거나, 보수가 박하거나 하는 다양한 고민을 안고 이직을 고민하는데, 그럴 때 나는 되묻는 게 있다. ‘네가 그 직장에서 성장하고 있는가’이다. 인간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면 다른 객관적 요소는 좀 참아보라고 조언한다. 보수가 좋고 조건이 좋아도 성장이 없으면 그만두라고 간단히 말한다.”
무조건적인 성장을 말하는 건 아니다. 꾸준히 성장해야 하고, 또 조금씩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좌절을 겪을 때 너무나 쉽게 자신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곤 하는데 그런 인생에 반전의 요소는 항상 숨어 있다는 조언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김난도 교수 자신에게도 ‘성장’의 화두가 적용됐다. 전작의 큰 성공이 여러 모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크게 성공하리라 기대하고 쓴 책도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쓴 책인데 너무 과도한 관심을 받아서 송구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아팠단 말인가 하는 자괴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2번째 책을 쓰면서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발견하는 게 중요했다. 책이 얼마나 팔리든, 평단의 평이 어떻게 나오든, 나 스스로가 지난 번 보다는 완성된 책을 냈다고 답할 수 있는가가 역시 나에게도 중요했다. 나름대로 2년차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질문이었다.”
사회적으로 ‘멘토 신드롬’의 주역이 된 데 대한 부담도 드러냈다. “멘토라는 별칭이 너무너무 부담스럽다. 현장에서는 그렇게 ‘멘토스러운’ 사람도 아니고, 과도한 대우 받는 것도 싫어서 대외적 활동이나 정치적 발언 등을 삼가려고 애를 썼다.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한데, 책을 읽은 이들이 저자에게 거는 기대가 있고 또 그런 것에 부응해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었다. 과분한 부담과 기대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해야 했다.”
진정한 멘토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되, 다른 의도가 있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 김 교수는 올 한해 안식년을 맞아 집필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11월 완성을 목표로 ‘트렌드 코리아 2013’을 집필 중에 있고 내년 상•중반기 출간 계획으로 중국인들의 소비형태를 연구한 ‘트렌드 차이나’를 위한 자료 수집에도 한창이다. 또 다른 에세이로 40•50대 중년들을 위한 책도 여유를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임프린트 브랜드인 ‘오우아’에서 출간 됐고 가격은 1만 4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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