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 극본 박지은, 연출 김형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 이웃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에 나가 돈을 벌고 부실한 실적으로 고민하며, 결혼하고 싶은 남자친구가 있어도 한참을 기우는 집안 형편에 속내를 밝히지 못하는 등 '넝굴당'은 생활 속 ‘리얼 갈등’을 동력 삼아 54회를 이끌어왔다. 난무하는 음모와 계략 없이도 인물들은 충분히 고민하며 이야기는 쫄깃하다.
이 같은 ‘넝굴당’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넝굴당’의 지난 26일 방송분은 시청률 40.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집계)를 기록하며 주간 프로그램 시청률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두 집 중 한 집이 주말이면 ‘넝굴당’이 방송되는 TV 앞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다매체 시대에 시청률 40%를 넘어서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넝굴당’에 대한 시청자의 사랑은 깊고도 오래됐다.
‘넝굴당’에 대한 이 같은 호응은 서민정서를 절묘하게 포착하는 극의 전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26일 방송분에서는 정배(김상호)와 이숙(조윤희)의 상황이 그랬다. 선한 성품과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지녔음에도 돈 버는 능력이 부족해 매번 사는 게 어려운 정배와, 뻑적지근한 배경을 지닌 남자친구에게 흠이 될까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이숙의 모습은 고단한 현실에 울고 웃는 대부분의 우리 이웃들 이야기를 그리며 공감 포인트를 높였다. 두 사람의 눈물은 당찬 며느리 윤희(김남주)의 현명한 고부갈등 해소 에피소드나, 험난한 시집살이 위기에 놓인 말숙(오연서)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황이 주는 웃음을 넘는 시청자가 사랑하는 ‘넝굴당’의 정서다.

그리고 두 인물이 처한 상황은 종영까지 4회 남은 ‘넝굴당’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긍정주의나 신데렐라식의 반전 전개를 지양해왔던 ‘넝굴당’은 정배와 이숙에게 과연 어떤 결론을 내려줄까. ‘넝굴당’이 강조해왔던 가족의 힘이라는 무기는 이번 어려움에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넝굴당’에 마지막까지 뿌리내릴 우리 이웃들의 현명한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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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넝굴당'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