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홍성흔의 과잉친절 아웃과 언저리 규칙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8.30 15: 22

동업자라는 인식아래 선수들이 소속 팀에 상관없이 서로를 배려하는 일은 정말 아름답고도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선수가 선의로 챙겨준다고 한 일이 뜻하지 않게도 자멸로 이어지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지난 7월 28일 잠실 대 두산전 롯데 홍성흔의 친절도 그러한 유형이었다.
학생야구나 생활체육야구에서도 종종 일어나 시비거리가 되곤 하는 타자의 과잉친절에 따른 조치들을 프로에서의 사례를 간접 경험 삼아 공부하는 마음으로 두루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홍성흔은 그날 1회초 2사 1루 상황(볼카운트 2S-1B)에서 투수 노경은(두산)이 던진 투구가 원바운드 되며 포수에 맞고 자신 앞에서 튀어 오르자, 이 공을 잡아주려 엉겁결에 손을 내밀어 공을 건드렸다가 수비방해로 아웃이 되고 말았는데 의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주자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때마침 1루주자 손아섭이 2루로 도루를 시도, 목표로 했던 2루에 무사히 안착하는 상황이 홍성흔의 친절한 행동과 동시에 벌어진 것이었다. 투구가 폭투성이라 포수가 2루로 뛰는 주자를 잡아내기가 어려운 모양새였지만, 부각된 핵심은 홍성흔으로 인해 포수가 주자를 잡기 위한 수비행위를 전혀 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야구규칙 6.06 (c)항에는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나 어떠한 동작으로든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했을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이 된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내용을 확대해 만일 홍성흔의 결과적인 방해행위에도 불구하고 포수 양의지(두산)가 공을 주워 2루로 뛰는 손아섭을 아웃시켰다고 한다면, 이때에는 타자 홍성흔은 규칙 예외 조항에 의거, 아웃을 면할 수 있다.
한편 홍성흔이 아웃을 면할 수 있는 또 한가지 상황은 1루주자가 전혀 움직임이 없이 루에 그대로 서 있었을 경우다. 홍성흔의 수비방해성 행위가 있었다 해도 주자가 진루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거나, 갑작스러운 귀루 등 주자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타자의 친절은 주의나 경고조치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주어진 상황을 변형해 홍성흔의 수비방해가 2사가 아닌 무사나 1사 때 일어났다고 한다면? 타자는 수바방해로 아웃 처리되고 주자는 원래 있던 1루로 귀루하게 된다.
이번에는 당시 볼카운트 2S-1B에서 홍성흔이 원바운드 된 투구에 헛스윙을 한 뒤 공을 손으로 건드렸다고 가정해보자. 이때는 2사 후였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성립되는 상황으로 홍성흔은 기록상만 삼진일 뿐, 아직 아웃 되지 않은 주자신분이다. 이러한 경우는 규칙 7.09 (a)항에 의거, 타자주자에 의한 방해규정이 적용되어 타자주자는 방해로 아웃이 되고 주자는 귀루한다.
좀더 나아가 정상적인 투구에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 아웃(낫아웃 상황 아닌 경우)이 된 홍성흔이 역시 공을 손으로 건드렸다면 이때는 규칙 7.09 (f)항에 따라 타자는 물론 2루로 뛰던 주자 손아섭도 함께 아웃된다.
‘아웃이 선고된 직후의 타자나 주자가 다른 주자에 대한 야수의 플레이를 방해했을 경우, 그 주자는 동료의 수비방해로 아웃이 된다’ 라는 조항이 바로 그 내용이다.
이미 보도되어 모두가 알고 있는 사례이지만 2010년 7월 29일 두산 이종욱이 저지른 과잉친절도 홍성흔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당시 이종욱은 넥센과의 목동경기 9회초 1사 2루 상황(스코어는 2-2 동점)에서 2루주자 고영민(두산)이 3루로 도루를 시도하는 순간에 포수 강귀태(넥센)가 흘린 공을 무심결에 주워 건네주다 수비방해로 주자가 아웃되고 마는 황망한 일을 겪은 바 있다.
이때 현장의 조치는 수비방해 행위를 저지른 이종욱 대신 3루로 뛰던 고영민을 아웃 처리하고 이종욱은 계속해서 타석에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앞서 말한 규칙대로 정리하자면 타자 이종욱이 수비방해로 아웃되고 2루주자 고영민은 귀루시켜야 한다.
다음 번에는 타자가 아닌 주자가 타구를 직접 잡아주는 또 다른 유형의 과잉친절 행위에 관한 내용 속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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