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의가 지난 8월 20일에 긑났다. 675명의 고교와 대학졸업 예정자들 중 95명의 선수가 프로선수가 될 기회를 잡았다. 그 중 우선지명 선수나 각 구단의 1라운드 지명선수들은 95명 가운데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게 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높은 계약금을 받고 구단과 계약을 맺게 될 것이고 그만큼 구단과 팬이 그들에게 거는 큰 기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년과 큰 차이없이 각 구단의 대어로 각광받으며 입단하는 포지션은 거의 투수였다. 9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1라운드에서 투수를 지명하여 데려갔다. NC가 우선지명에서 투수 2명을 데려간 것을 치면 일단 8명의 선수가 내년에 특급 신인자리를 두고 경쟁구도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1순위 지명선수가 기대만큼 좋을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6년 KIA타이거즈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한기주는 ‘10억 원’이라는 프로야구 사상 최다 계약금을 받으며 입단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였다.

하지만 한기주는 막상 입단한 첫해에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007년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옮긴 후 마무리로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부진 이후 계속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였다. 2009년 시즌이 끝난 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11년에 복귀를 하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17일에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 되었고, 올해 그를 다시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가장 먼저 뽑힌 선수들은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일단 좋은 실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탁된 것이다. 하지만 뽑히는 동시에 1순위 지명 선수에게 향하는 안팎의 기대는 그들이 가진 실력과 잠재력을 짓누를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선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10억 팔’이라는 소리는 입단 이후 계속해서 한기주를 따라다녔다. 사람들이 그의 귀에 대고 계속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어딜 가나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그가 어떠한 큰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몸도 마음도 무겁다.
그가 언제쯤이면 그의 구위를 회복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 기간이 단축될 수 도 있고, 어쩌면 더 오래 그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의 멋진 활약을 좀 더 빨리 볼 수 있으려면 우선 그 동안의 마음의 짐을 잘 정리해야 한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실력을 쌓는데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번이 마직막이다’라고 생각하거나, ‘벼랑 끝에 있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출 필요가 없다. 큰 기대를 했다면 큰 기대를 한 사람이 잘 못 생각한 것이다. 그들의 생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내가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단지 나는 내가 내 자신에게 한 기대에만 책임지면 된다. 남들의 목소리보다 한기주 자신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번 획득된 실력은 쉽게 없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한기주는 분명 자타가 공인하는 훌륭한 자질과 잠재력을 가진 선수이다. 지금 그것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기주에게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내게 없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올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두산의 노경은도 2003년 1차 지명으로 당시 최고 계약금을 받고 들어왔지만 입단한지 10년이 되어서야 그의 프로 첫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기주는 올해로 프로 7년차이다. 지금의 어려움을 훌훌 털어내고 이 어려움을 어떻게 회복했는지 전해 줄 날이 꼭 올 것이다. 아니 그날은 꼭 온다.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