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 한화, 이것이 능사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28 06: 29

또 한 명의 지도자가 성적으로 인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한대화 한화 이글스 감독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한화는 지난 27일 한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 28일 공식발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수석코치를 지내다 2009년 말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은 올해 말까지 3년 임기로 취임했다.
그러나 2010시즌 최하위에 그친 데 이어 올 시즌에도 39승 2무 64패로 최하위에 머물며 결국 성적으로 인한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대전고-동국대를 거치며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던 한 감독은 1983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한 뒤 1986년 해태(KIA의 전신)로 이적해 3루수 골든글러브 8차례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해결사로 활약했다.

1997시즌이 끝난 후 쌍방울에서 은퇴한 뒤 1998년부터 모교 동국대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은 2003년 말부터 삼성 타격코치로 재임했고 이듬해 선동렬 현 KIA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한화는 잔여 시즌을 한용덕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를 예정이다.
최하위팀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 묻고 중도 해임을 통보하는 것은 한-미-일 프로야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유망주들의 병역 관리와 신인 지명 및 육성 소홀로 악명이 높았던 한화가 감독에게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한 인상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한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한화는 나이가 찬 유망주들이 가득한 팀이었다. 2010시즌 주전 3루수를 맡아 비로소 기량의 싹을 틔우는 듯 했던 송광민은 시즌 도중 입영 통지서를 받아들기도 했다. 시즌 중 입대라는 날벼락 속에 방망이를 놓은 송광민은 발목 부상 문제까지 겹쳐 현재 공익근무 중이다.
송광민처럼 시즌 중 입대하지는 않았으나 중심타자였던 김태완, 우타자 정현석(경찰청)이나 우완 윤규진, 안영명 등은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릴 시기인 20대 후반 뒤늦게 병역을 해결 중이며 유원상(현 LG), 양훈 등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기다리다가 병역 특례를 얻지 못할 경우 자칫 군팀에도 입대하지 못할 수 있다. 병역 미필 선수에 대한 한화의 어설픈 대처가 아쉬웠던 순간이다. 당장 괜찮은 선수가 있으면 그들의 미래보다는 현재를 향해 붙잡다보니 결과도 안 좋았다.
그 뿐만 아니다. 한화는 2008년까지 적은 선수를 뽑는 팀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다른 팀이 적어도 7~8라운드까지 지명권을 행사하는 반면 한화는 평균 5~6라운드 정도에서 신인지명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2005년 2차 지명에서는 단 4명(양훈, 전현태, 윤현민, 김동영), 2008년 2차 지명에서는 단 5명 만(윤기호, 이희근, 조성우, 오선진, 정대훈)을 지명한 채 드래프트장에서 임무를 마쳤다. 2010 드래프트에서는 10라운드를 모두 채웠으나 후순위는 대학 진학이 확정된 선수들이었다. 
씨앗도 적게 담았는데 저장하고 숙성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최근 서산 퓨처스팀 훈련장을 완공을 앞둔 한화. 이전까지는 1군이 원정을 떠난 후에야 1군 홈 대전구장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처음부터 유망주도 다른 팀보다 굉장히 적었고 유망주가 클 공간도 허약했으며 그들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배정해주는 기술도 부족했다. 안 될 수 밖에 없던 척박한 환경이다. 2006년 입단하자마자 18승을 거두며 대표 에이스가 된 류현진이 없었더라면 더욱 암울한 한화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화 구단은 지난해 말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을 스토브리그에서 수혈한 뒤 4강을 운운했다. 박찬호는 프로야구 초창기인 80년대 故 장명부처럼 선발-중간-마무리를 마구잡이로 나서 427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며 송신영도 마찬가지다. 김태균은 타선의 힘을 배가시켜주는 4번 타자지만 테이블세터의 출루가 없다면 이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기량 향상 및 동기 부여에는 소홀한 채 4강을 운운했던 한화다.
한 선수는 "고과 순위가 엄연히 매겨져있었는데 연봉 인상액은 다 똑같이 책정했더라"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타자 1위 강동우와 2위 이대수, 3위 최진행의 연봉 인상액은 똑같이 5000만원이었고 투수 부문 고과 1위 박정진이 통보받은 인상액도 5000만원이었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한 감독의 경질 사유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다. 그러나 한화의 연이은 성적 부진은 선수가 성장하고 기량을 확실하게 개진하기 어려웠던 팀 환경을 가장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점들이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두 번째, 세 번째 희생양 감독이 나올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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