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무리로는 역대 두 번째 한 시즌 30세이브를 올렸고 2세이브만 추가하면 새로운 기록을 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광속구를 거침없이 던지는 힘을 갖춘 데다 사나이답지만 개인보다 공동체 의식을 앞세우는 성품도 좋은 선수다. 그러나 최근 등판 간격은 거의 선발 투수급이다. 두산 베어스 마무리 스콧 프록터(35)가 최근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 있다.
뉴욕 양키스-LA 다저스에서 필승 계투로 활약했던 이름값 높은 외국인 투수 프록터는 첫 동양야구 시즌인 올해 44경기 2승 2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96(27일 현재)으로 활약하며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프록터는 2008년 31세이브로 세이브 2위를 기록한 호주 출신 좌완 브래드 토마스(전 한화) 이후 두 번째로 시즌 30세이브를 올린 외국인 투수다.
또한 타이틀까지 획득한다면 2009년 이용찬(두산)과 26세이브로 공동 구원왕좌에 오른 존 애킨스(전 롯데)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당시 애킨스보다 프록터는 4세이브를 더 올렸으며 평균자책점은 2점 가까이(애킨스 평균자책점 3.83) 낮다.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프록터는 팀 융화력 면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고 있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한국 첫 해를 보내는 프록터다.

문제는 최근 세이브를 쌓는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는 점. 두산은 최근 축구팀에 가까운 득점력을 선보이며 선발 투수에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 정도에 만족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째 선발승이 없고 이는 프록터와도 연관이 깊다.
8월 초반 11일 동안 4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상승세와 함께 했던 프록터는 11일 SK전 1이닝 세이브 이후 17일 삼성전에서 경기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잡은 뒤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⅔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최근 3경기 간의 일정 간격이 6일과 5일로 선발 투수와 다를 바 없다.
그 사이 추격자들은 확실히 따라와 프록터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 국내 최고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삼성)과 2위 롯데의 마무리인 김사율이 나란히 29세이브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으며 4위 손승락(넥센, 26세이브)의 차이는 4세이브 차. 프록터가 세이브 적립을 못하고 있는 사이 2위로 잘 나가던 두산은 4위까지 떨어져 5위 KIA와 2경기 차에 불과하다.
선수 본인은 "타이틀에 욕심 없다"라며 팀 승리를 우선시 하고 있다. "시즌 말미 내가 경쟁자들과 꽤 격차를 두고 팀도 상위권을 확실하게 확정지었을 때나 욕심을 부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우리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라는 프록터의 이야기. 오히려 프록터는 "최근 가족들이 비자 문제로 본국에 돌아간 더스틴(니퍼트)이 승리라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동병상련의 마음을 비췄다. 프록터의 가족들도 지난 7월 아내 캐리씨의 출산 등으로 인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마무리가 꽤 오래 쉬고 있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팀의 낯빛이 어둡다는 것과도 같다. 박빙으로 이기는 경기라도 리드 상황에서 제대로 바통을 이어주는 경우가 없다는, 팀의 뚝심이 모자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무리가 승승장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1,2위팀 마무리에게 세이브 하나 차이로 쫓기고 있는 프록터. 그의 개점휴업은 언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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