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못해서 미안합니다".
운명을 예감했던 것일까. 28일 전격적으로 물러난 한화 한대화(52) 감독은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 2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야구 재미있게 못해서 미안하다"고 먼저 말했다. 평소 농담을 즐겨하는 한 감독이지만 뭔가 뉘앙스가 달랐다. 한 감독은 "우리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 없겠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게 그의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한화는 28일 현재 105경기에서 39승64패2무 승률 3할7푼9리로 7위 LG에 5경기차 뒤진 부동의 최하위에 머물렀다. 개막 후 한 번도 맨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다 8연패에 5연패와 4연패 등 연패가 반복됐다. 최다연승은 3연승. 시즌 전 박찬호·김태균·송신영 영입으로 4강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목표를 설정한 한화였기에 거듭된 부진으로 모두가 당황하고 답답해했다.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이 문제였다. 올해 한화는 유독 뒷목 잡게 하는 경기가 많았다. 공수주에서 핀트가 어긋난 플레이가 반복됐다. 어이없는 수비와 주루 그리고 맥 빠지는 공격은 어느새 한화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있었다. 지켜보는 팬들도 답답했지만 누구보다 속이 타들어가고 한숨 지은 게 한 감독이었다.
후반기 첫 10경기에서 8승2패로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특히 지난주 4경기에서 전패한 뒤 분위기가 악화됐다. 22~23일 문학 SK전, 25~26일 대전 KIA전에서 어이없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수비에서는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반복했고 공격에서도 작전 수행을 실패하며 아웃카운트 적립하기에만 바빴다.
한대화 감독은 "이제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져있는 시점인데도 이렇게 플레이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면서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결국 내 탓이다. 내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다"는 말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했다. 그리고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보는 분들이 얼마나 재미가 없겠나. 야구를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감독은 지난 2009년 9월 '고향'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큰 꿈을 품었다. "고향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3년간 8위-6위-8위에 그치고 있다. 3년 통산 성적은 371경기 147승218패6무 승률 4할3리. 선수 시절 최고의 해결사였던 한 감독은 열악한 조건에서 분투했으나 고향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아쉽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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