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퇴진이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28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중도 퇴진했다. 페넌트레이스 잔여 2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내린 결정이라 야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 감독은 역대 31번째로 시즌 중 중도 퇴진한 감독이 됐다. 대다수의 감독 경질이 시즌 중반에 이뤄졌다. 4월 4차례, 5월 3차례, 6월 8차례, 7월 8차례. 6~7월에만 16차례로 절반이 넘는다.
그러나 8월 이후 중도 퇴진은 드물었다. 8월 5차례, 9월 2차례로 7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상당수 구단들이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감독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시즌 막바지에는 웬만해서는 경질 카드를 빼들지 않았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시즌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게 관례였다. 한대화 감독의 경질이 뜻밖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초의 8월 이후 퇴진은 1986년 청보 허구연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만 35세 최연소 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8승23패 승률 2할5푼8리의 초라한 성적으로 5월11일 중도 퇴진했다. 하지만 6월18일 복귀 후 26경기를 지휘했으나 7승17패2무 승률 2할9푼3리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8월6일 다시 물러났다. 57경기 15승40패2무 승률 2할7푼3리.
이어 1990년 롯데 김진영 감독이 부임 첫 해 96경기에서 36승56패4무 승률 3할9푼6리로 7개팀 중 6위의 성적을 낸 채 8월28일 경질됐다. 24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프런트와 갈등이 표면화 돼 물러났다. 1991년에는 OB 이재우 감독이 8월1일 79경기 25승53패1무 승률 3할2푼3리로 최하위의 성적을 내고 중도 퇴진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대한 책임이었다.
1994년에는 OB 윤동균 감독이 잔여 6경기를 남겨둔 시즌 막바지 선수단의 항명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주축 선수 17명이 윤 감독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고 집단 반발을 일으킨 초유의 사태였다. 120경기 50승69패1무 승률 4할2푼1리로 7위. 성적도 성적이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에 윤 감독은 잔여 6경기를 마저 치르지 못하고 선수단의 뜻에 따라 지휘봉을 놓아야 했다.
백인천 감독은 두 차례나 8월 이후 물러났다. 1997년 삼성 감독 시절에는 6월23일 뇌졸중으로 잠깐 물러났다가 8월1일 복귀한 뒤 9월3일 퇴진을 반복했다. 그해 지휘봉을 잡은 85경기에서 44승36패5무 승률 5할5푼으로 호성적을 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하지만 작전 지시를 불이행한 선수를 체벌한 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2003년 롯데 감독 시절에는 92경기에서 23승66패3무 승률 2할5푼8리로 최하위의 성적을 낸 뒤 경질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SK 김성근 감독이 사퇴 의사와 경질 통보를 받고 8월17일 중도 퇴진했다. 93경기에서 52승41패 승률 5할5푼9리로 3위에 올라 상위권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시점. 역대 중도 퇴진 감독 중에서 가장 높은 승률과 순위에도 불구하고 구단과 오래된 마찰이 터지며 초유의 "시즌 종료 후 사퇴하겠다"고 예고하자 이튿날 구단의 경질 통보로 이어졌다.
올해 한대화 감독은 역대 7번째 8월 이후 중도 퇴진 감독이 됐다. 105경기 39승64패2무 승률 3할7푼9리로 부동의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성적 탓이 크지만 감독 경질의 시기로는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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