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전격 퇴진, 신뢰 저버린 한화의 거짓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28 10: 49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감독은 또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한화의 한대화 감독 전격 경질로 야구계가 깜짝 놀랐다. 한화는 28일 잔여 2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한대화 감독 퇴진을 발표했다. 공식적으로는 경질이 아닌 자진 사퇴. 3년 계약 마지막 해 최하위의 성적으로 사실상 재계약이 어려워진 한대화 감독이지만 시즌 종료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린 결정이라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역대 31번째 감독 중도 퇴진인데 8월 이후는 8번째로 보기 드문 일이다.
한화 구단 역사를 통틀어도 극히 드물었다. 한화는 지난 1998년 7월7일 강병철 감독을 경질한 것이 유일하게 감독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사례였다. 당시 강병철 감독의 한화는 67경기 29승33패2무 승률 4할6푼8리로 5위에 있었지만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중도 퇴진이 결정났다. 당시에는 올스타 휴식기를 앞둔 시점으로 승부수 던져야 할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한대화 감독의 퇴진은 시기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한화는 28일 현재 105경기 39승64패2무 승률 3할7푼9리로 부동의 최하위. 7위 LG와도 5경기차 뒤져있어 탈꼴찌가 쉽지 않다. 개막 후 한 번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할 만한 이유가 된다. 
문제는 시기와 약속이다. 한대화 감독의 경질설은 시즌 초반에도 나돌았다. 특히 8연패로 시즌 최다 연패를 당한 7월초 이 같은 소문이 구체화됐다.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싶었다면 바로 이때 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팀 전체에 문제가 있는 만큼 중도 퇴진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남은 시즌 끝까지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구단에서 먼저 약속을 깨뜨렸다.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건 구단의 고유권한이다. 지난해 공동 6위로 선전했고,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의 영입으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냉정한 자체 전력 분석이 없었다. 시즌 전 시뮬레이션을 통한 자체적인 내부 전력 분석 결과가 7위로 나오자 구단에서는 "무슨 소리냐. 다시 하라"고 할 정도로 현실 인식이 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자 코치 교체 권한을 뺏었고, 수시로 코치를 바꿨다. 
결정적으로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아무런 도움이 못 됐다. 현장에서 일찌감치 외면한 브라이언 배스에 대한 대체선수 준비가 되지 않았고, 션헨을 영입하는 과정도 상의 아닌 통보였다. 션 헨마저 퇴출된 뒤 한 감독은 "투수가 안 되면 타자라도 영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단에서는 "남은 시즌 외국인선수 1명 없이 간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후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시켰다.
사실 이 시기 한대화 감독은 자진 사퇴를 결심하고 있었다. 스스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했다. 그러나 구단에서 "경질되는 감독은 물론 남은 시즌을 치르는 감독대행도 희생양"이라며 한 감독에게 남은 시즌을 약속하고 맡겼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구단에서 한 감독을 면피용으로 삼고 있다"고 혀를 찼다. 결국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자진 사퇴도 아니고 경질 형식으로 한 감독을 해임시켰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자진 사퇴이지만, 한 감독은 불과 이틀 전까지 해도 "이제 경기가 얼마 없다. 지금 관두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남은 경기는 잘 마무리하겠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참이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 한화의 신용과 의리 정신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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